[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2020년 65세 생일을 맞는 박광섭씨는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얼마 전 원격으로 진단받는 건강검진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진 결과를 보면서 화상시스템으로는 진료를 해준 의사와 실시간으로 상담했다. 상담이 끝나자 박씨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일주일간의 식사 메뉴와 식사량, 현재 몸무게 등을 입력해 자신의 건강검진을 맞은 병원과 협력 약국으로 전송했다. 이 프로그램은 박씨의 건강상태와 식습관을 고려한 맞춤형 처방전과 약을 제조하게 하는 해준다.
컴퓨터와 네트워크 환경을 이용해 원격으로 건강관리를 받는 U-헬스케어(Ubiquitous Health Care)가 본격적으로 태동할 모양새다. 하지만 지나친 대박 기대감으로 서두르면 거품으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업계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부터 당뇨병과 고혈압 등의 질환을 중심으로 초보적인 단계의 U-헬스케어가 시작됐는데 2010년 1조60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유-헬스케어 시장은 2017년에 6조원 규모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부터 서울과 경북 등 전국 9개 지역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착수했고, 내년 예산안에서는 원격의료 예산을 23조원이나 편성했다.
이처럼 유-헬스케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여겨지면서 삼성이 원격의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인피니트헬스케어(071200)를 인수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나오는 등 주요 기업들이 U-헬스케어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U-헬스케어 종목들 역시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고, 일부 종목은 주가수익비율(PER) 50배 이상에서 거래될 정도다.
◇원격의료를 통해 진단받은 영상을 태블릿PC로 확인하는 모습(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전문가들은 U-헬스케어 산업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분석하면서도 지금 이 산업이 지나친 대박 기대감을 모으며 거품에 쌓여 있다고 지적했다. 마냥 잘 될 것이고, 시장이 커지리라는 생각에 안일에게 준비했다가는 아무 성과도 못 낼 수 있다는 것.
당장 정부의 U-헬스케어 육성정책만 봐도 그렇다. 정부는 U-헬스케어 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커 아예 원격의료 사업 자체가 중간에 무산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환자가 의사를 직접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진료는 오진의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컴퓨터 파일형태로 전달되는 진료결과는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의 우려까지 있고, 자본력을 갖춘 대형병원 위주로 원격의료가 이뤄지면 영세병원이나 동네병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더구나 원격의료 업체가 국내에 10여곳에 불과하고 기술력과 자본력이 제각각이라는 점, 정부가 U-헬스케어 육성 의지만 있고 아직 법과 제도적 장치, 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규제개선이 부족하다는 점 역시 유-헬스케어 산업 거품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혜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은 "U-헬스케어 이용이 확산되면서 개인정보 보안과 사생활 침해 등이 문제로 나타날 것이고 U-헬스케어의 효용성에 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규제는 U-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탄력적으로 논의되고 시장 활성화를 방해하는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만우 국회입법조사처 팀장은 "U-헬스케어 기술 연구개발은 보건복지부 등에서 주로 진행됐는데 이것이 실제 보건의료 서비스로 안전하게 전환되려면 기기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고 시스템에 사용될 기술을 표준화하는 등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이어 "미국과 일본이 원격의료에 관한 보험수가 체계를 갖춘 것처럼 우리도 U-헬스케어에 관한 적정한 건강보험 수가를 개발해야 한다"며 "개인정보 유출을 막으려면 의료정보 전송 시 개인정보 보호체계를 구축하는 등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수집·처리·이용되는 개인 의료정보에 관한 접근 ·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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