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이탈리아 정부가 올해 안에 경기침체를 탈출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사진)가 침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구조개혁과 노동법 개정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아 불협화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0.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4월에 전망한 0.8% 증가를 한참 하회하는 수치로 이탈리아가 올 한해 동안 경기침체를 이어갈 것이란 세간의 사실상 우려를 인정한 셈이다.
이 예상이 맞으면 이탈리아는 지난 2011년 이후 세 번째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맞이하게 된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이탈리아 경제가 0.4%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된 이유는 경제 회복에 발목을 잡던 재정적자가 줄어들기는 커녕 불어나고, 가계부채 부담 또한 더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 추산치를 종전에 2.6%에서 3.0%로 상승 조정했다. 내년 적자 비율도 2.2%에서 2.9%로 올라갔다.
GDP 대비 가계 부채도 올해 131.7%를 기록한 이후 내년엔 133.4%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탈리아의 가계부채는 유로존 회원국 중 2번째로 많다.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유로 높은 실업률과 고용불안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탈리아의 청년 실업률은 43%로 젊은이 중 절반 가량이 실업자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마테오 렌치 신임 총리는 노동시장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잡스액트(JOBS Act)'란 노동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했다.
이 안에는 신규 고용된 이들을 위해 따로 마련된 15억유로의 복지예산과 실업급여 확대 방안이 들어있다. 노동자가 정해진 시간동안 일하도록 유도하는 방안과 노동법 상 애메한 부분을 수정하는 방편도 마련됐다.
아울러 렌치는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등 기업 친화적인 정책도 구상 중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일련의 개혁이 성공하면 내년쯤 경제가 0.6%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렌치의 개혁 드라이브에 불만을 품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구조개혁에 필요한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느냐가 문제로 지적된 가운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연합인 포르차 이탈리아가 렌치의 개혁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FT는 렌치 총리가 올해 안에 잡스액트 초안이 통과하길 바라고 있지만, 그 뜻을 이루려면 야당을 비롯한 의회 내 의원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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