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문영호)은 가장 오래된 한글 타자기로 알려진 '송기주 4벌식 한글 타자기'를 9일 박물관 개관과 함께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송기주 한글 타자기는 송기주 박사가 미국 유학 시절 발명한 것으로 지난 1933년 언더우드 타자기 회사에서 제작·판매됐다. 이번에 기증된 타자기는 송 박사의 아들인 병훈 씨와 손자 세영 씨가 보존한 것이다.
이 타자기는 가로 모음(ㅏ)과 세로 모음(ㅗ), 중간 모음(ㅢ) 등 모음의 위치에 따라 다른 3벌의 자음 글쇠와 1벌의 모음 글쇠로 이루어져 글씨 모양이 고르고 아름다운 게 특징이라고 박물관 측은 설명했다.
또한 글쇠의 동작이 자음은 부동, 모음은 전진식이어서, 스페이스바와 시프트키의 사용빈도가 높다는 특징도 있다.
이 타자기는 김준성 타자기(1945년)와 공병우 타자기(1950년) 등 이후 한글타자기가 발전하는 데 영감을 제시한 점에서도 의미 있다는 평가다.
기증된 타자기는 국립한글박물관 상설전시인 '한글이 걸어온 길' 중반부에서 한글 기계화의 대표 유물로서 전시될 예정이다.
타자기를 기증한 세영씨는 "한국전쟁 당시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선 북한군에 의해 북으로 끌려가셨고, 아버지께선 탈출하셨으나 할아버지는 그러지 못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생각날 때마다 이 타자기를 내어보며 그리워하셨다"며 "타자기를 기증해 타자기의 가치를 더욱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유지를 가장 올바르게 이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며 기증 동기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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