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군사정권 시절, 반독재 운동을 했더라도 활동 단체의 추구 이념이 자유민주주의가 아니었다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회원이었던 신모씨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해달라며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훼손 및 보상심의위원회(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훼손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보상법)'에 의거해, 민주화운동와 관련해 활동 단체의 목적이 자유민주주의에 악영향을 주려는 데 목적이 있다면 민주화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단체의 활동이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하는 외관을 일부 갖고 있더라도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한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 수단적인 것에 불과한 것이라면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한 활동이 전체적으로 민주화운동이라고 섣불리 평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인노회의 이념이나 주된 목적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하거나 우리나라의 내부 체제를 파괴?변혁시키는 데 있었고, 원고도 그러한 이념과 목적 달성을 위하여 활동한 것이 분명하다"며 "비록 원고가 인노회에서 한 일부 활동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회복·신장과 관련된 외관을 갖추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의 인노회 활동을 전체적으로 민주화운동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과거 이적단체에서 활동하다가 유죄판결 등을 받은 것이 민주화운동에 해당한다고 본 민주화보상심의위의 결정이 있었지만 이번 사건처럼 단체의 목적이 민중민주주의 혁명이나 사회주의 사회 건설 등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경우까지 민주화운동으로 볼 수 없음을 명확히 한 첫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심씨는 지난 2010년과 2011년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에 민주화운동자로 인정해달라는 요청을 냈다 거절되자, 지난 2011년 불인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당시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는 "인노회가 법원 판결에서 이적단체로 판시되었기 때문에 피고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1심과 2심은 인노회의 이적성을 단정짓기 어렵고, 심씨를 제외한 인노회 회원 10여 명이 이미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다는 점을 들어 심씨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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