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검열' 비난에 정부·여당 '한발 후퇴'
황교안 법무장관 "검찰 발표 내용 잘못" 이어 새누리도 "사생활 침해 거부"
2014-10-14 16:26:59 2014-10-14 16:26:59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사이버 사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 폭주 양상을 보이던 검찰의 사이버 모니터링 강화 방침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이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시작은 황교안 법무부장관이었다. 황 장관은 13일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그간 검찰이 밝힌 사이버 모니터링 강화 방안 중 상당수 내용을 부인했다. "의견 중 하나였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황 장관은 검찰이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는 전담팀을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 방안에 대해 "오해"라고 밝혔다.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검찰 발표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무차별적인 수사는 전혀 아니다"며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가 중대할 때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해서 수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검찰 발표는) 표현에 있어서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황 장관의 이런 태도는 계속되는 '사이버 검열' 비난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톡 사찰' 논란으로 대표되는 검찰의 이번 '사이버 검열'에 대한 거센 비판은 13일 오전 대검찰청의 대책회의 문건이 공개되며 더욱 거세졌다.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법무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News1
 
정의당 서기호 의원을 통해 공개된 대책회의 문건을 보면, '검토 배경' 중 하나로 대책회의 이틀 전인 지난달 16일의 대통령 발언이 소개돼 있다. 해당 발언은 사이버 상에 유언비어가 심각해 방치할 수 없다는 요지였다.
 
대책회의 문건에는 전담수사팀이 포털사와 핫라인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정보와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수사팀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글을 포털사에 직접 삭제 요청한다는 방침이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13일 국정감사에서는 야당 의원들로부터 "초법적 발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포털 글에 대한 삭제 조치 시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또 검찰이 중점 수사 대상 중에는 ▲국가적 대형사건 발생 시, 사실 관계를 왜곡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각종 음모설, 허위 루머 유포 ▲공직자의 인격과 사생활에 대한 악의적이고 부당한 중상·비방이 포함돼 있었다. 더욱이 검찰은 '논제와 관련된 특정 단어를 입력·검색해 실시간 적발'하겠다고 밝혔다.
 
더욱이 검찰은 "허위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 사범을 적극적으로 구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명예훼손 수사가 아니라 정부정책 반대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라는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이와 같은 대책 문건이 공개된 상황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 누구도 검찰을 옹호하지 못했다. "아무 권한 없이 막 하는 것처럼 이야기 되는 게 안타깝다"(홍일표)거나 "집행과정에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이한성)는 정도였다.
 
새누리당은 14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당한 법집행'이라고 강변하면서도 국민들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엄정한 법집행'만을 강조하던 태도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권은희 대변인은 "국가안보와 사회 안정을 해치는 범법행위에 대한 정당한 절차를 거친 사이버상의 수사는 정당한 법집행"이라면서도 "국민들이 우려하는 사생활 침해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감시가 목적이라면 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은 사이버상의 위법 행위에 대한 안정망을 구축하는 것에 머물러야 한다"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조정하려 든다면 이는 법이 오히려 민주주의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위법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국민들의 사생활이 침해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거부한다. 국민들의 말할 권리, 들을 권리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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