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여기는 기업들의 환경오염 행위가 여전하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바다에 버려진 산업폐기물은 모두 36만여톤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5000만 국민이 각자 7㎏을 바다에 버려야 할 만큼 엄청난 양이다.
15일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올해 바다에 버려진 산업폐기물은 총 36만1543톤이며 산업폐수 슬러지가 26만톤 전체의 72%로 가장 많았다. 폐수 슬러지란 사업장에서 배출된 폐기물이 침전돼 생긴 찌꺼기로 중금속 등 유해물질 함유량이 일반 산업폐수보다 훨씬 많다. 산업폐수는 8.5만톤으로 23.4%였으며 기타는 1.7%였다.
기업들은 전국 6개 항구를 통해 산업폐기물을 바다로 버렸는데, 울산항이 전체의 40%(14만6000톤)이나 됐다. 이어 군산항은 27%(9만8000톤), 인천항 17%(6만2000톤), 부산항 9.4%(3만4000톤), 포항항 3.5%(1만3000톤), 여수항 2.4%(9000톤) 순이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업종별 산업폐기물은 식품가공업이 44%(23만2000톤), 제지업 26%(13만8000톤), 섬유염색업과 석유화학업이 각각 11%(6만톤), 폐수처리업 6%(3만톤) 등"이라며 "1988년부터 바다에 버려진 산업폐기물은 총 1억3010만톤"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폐기물의 해양오염을 금지하는 런던협약에 따라 세계 각국이 폐기물 해양투기를 중단한 가운데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이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미국은 1992년에 폐기물 해양투기를 금지했고 영국은 1999년, 일본은 2007년에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중단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94년에 런던협약에 가입하고서도 20년 가까이 이를 멈추지 않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MB정부는 올해부터는 폐기물 해양투기를 중단하기로 했지만 박근혜정부는 이를 뒤엎고 폐기물 처리준비가 미흡한 기업에 예외조항을 적용했다"며 "올해 427개 기업의 485개 공장이 폐기물 해양투기를 허용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바다에 버려진 해양폐기물은 얼마나 위험할까.
2010년 한국해양연구원이 낸 폐기물 투기해역의 오염도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동해의 아연 농도는 미국해양대기청 기준을 초과했고 앞으로 오염도가 심화될 가능성이 컸다. 더구나 폐기물로 오염된 바다가 과거 상태로 회복되려면 10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바다에 버려진 산업폐기물을 모두 육상에서 처리할 수 있고 시설도 충분하다"며 "기업은 운반비용과 육상처리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해양배출을 멈추지 않고 정부 역시 바다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약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부가 경제적·기술적으로 폐기물 육상처리가 가능한 기업을 설득하고, 중소기업은 폐기물 처리능력 확보를 지원해 폐기물 해양투기를 줄여야 한다는 설득이 힘을 얻는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가 2014년부터 해양투기를 종료하겠다는 약속을 이제부터라도 이행해야 한다"며 "바다를 생명의 국토로 여기는 생태적 마인드로 해양정책을 추진하고 모든 해양투기 행위를 근절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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