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짬짜미)'이 또 적발됐다. 4대강과 고속철도 등 굵직한 공공공사 부분의 담합이 그야말로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23일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한국가스공사가 지난 2009년 5월부터 2012년 9월 사이에 발주한 29개 LNG 가스관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주도한 SK건설과 두산중공업 영업상무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정부가 발주한 2조1300억원 규모 가스관 공사에 대한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고, 개인적인 모임을 통해 입찰 담합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담합으로 전체 공사대금이 약 3000억원 가량 불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국민의 혈세가 기업으로 들어간 셈이다.
경찰에 따르면 입찰 담합은 조직적이고 지능적으로 이뤄졌다. 이들 건설사는 공사 예정 가격의 80~85% 사이에서 공사 예정가격을 멋대로 결정하고, 서로가 들러리가 돼 공사구간을 나눠 갖는 식으로 입을 맞췄다.
4대강 사업과 호남고속철도 등 정부 주도 대형 관급공사 발주에서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이 끊임없이 드러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9일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은 "지난 5년간 국내 전체 건설사들은 담합행위로 과징금을 9600억원을 받았다"면서 "이중 건설사 빅7의 과징금은 6200억원에 달했다"고 지적한바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 빅7은 담합행위로 모두 23조9000억원을 벌어들였지만, 과징금은 고작 6200억원에 불과했다. 전체 공사대금에서 과징금은 고작 2%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은 건설사들의 입장에선 담합 행위가 적발되더라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며, 소모적인 경쟁을 줄여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한다. 여기에 안정적으로 공사를 나눠 업계를 보호할 수도 있다.
이들 대형 건설사는 담합 행위로 평균 21점의 벌점을 받았지만, 공정위는 입찰참가 자격제한 조치를 단 한 차례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벌점 제도 역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건설사들은 정부가 담합 행위를 조장·방조한 측면도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건설사들의 고질적 병폐인 입찰담합의 대해 "대형 건설사들은 큰 금액의 관급공사를 낙찰받기만 하면 상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고, 담합행위가 적발되더라도 과징금이 적기 때문 담합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국내 건설사들은 보호장벽 속에서 서로 제살 깎아 먹기보다 담합을 통해 파이를 나눠먹는 게 더 큰 이득"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7월말 허명수 한국건설경영협회장(GS건설 부회장)을 비롯해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박영식 대림건설 사장, 김동수 대림산업 사장 등 국내 대형 건설사 대표들은 '건설공사 입찰담합 근절 및 경영위기 극복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입찰 담합 근절을 고개 숙여 사과하고, 준법 경영을 약속한바 있다.
◇대형 건설사들의 단체인 한국건설경영협회(회장 허명수)는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건설공사 입찰담합 근절 및 경영위기 극복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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