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증거 조작 사건, 변호인 의혹 제기부터 1심 판결까지
국정원, 유우성씨 1심 판결서 '동생 진술' 배척되자 본격 '증거 조작'
2014-10-28 18:10:16 2014-10-28 18:10:16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탈북 화교' 유우성(류자강)씨에 대한 간첩 증거 조작 의혹사건과 관련해, 기소됐던 국정원 직원 4명과 협조자 2명에 대해 1심에서 전원 유죄가 선고됐다.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은 지난해 12월 검찰이 국정원으로부터 건네받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허룽시 공안국 명의 유씨의 '북한-중국 출입경기록'이 발단이 됐다.
 
검찰과 국정원은 당시 앞선 8월 1심 선고에서 유 씨에 대한 간첩 혐의가 무죄로 판단되자, 추가 증거 수집에 열을 올리던 상황이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유 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로 내놓은 유 씨의 동생 유가려씨의 국정원 중앙합동신문센터 진술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국정원 진술거부권 고지 안해 '위법수집증거'
 
피의자인 유가려씨에게 국정원이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아 '위법 수집 증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과 국정원이 출입경기록 확보에 열을 올린 이유는 유우성씨가 알려진 것보다 여러 차례 북한을 출입했다는 것을 증명해 그가 북한 보위부에 포섭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였다.
 
검찰이 출입경기록을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직후, 유 씨의 변호인단은 싼허변방검사참 명의의 정황설명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며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기록이 위조됐다"고 주장했다.
 
유 씨 측 주장대로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기록은 위조된 것이었다. 국정원 대공수사처 김 모 과장이 지난해 9월 조선족 협조자 김 모씨를 종용해 만든 위조문서다.
 
국정원 직원들은 검찰이 주선양한국영사관을 통해 허룽시 공안국에 출입경기록 발급 사실 조회 요청 공문을 발송하자, 11월경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사실확인서도 위조했다.
 
김 과장은 웹팩스 업체를 통해 위조된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회신 공문을 국정원 직원이었던 주선양총영사관 이인철 영사에게 발송했다. 이 영사는 이를 외교문서로 작성해 11월과 12월 한 차례씩 대검찰청에 회신했다.
 
◇유우성씨 문서진위 반박에 다시 문서 위조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사실확인서를 위조해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인 측이 이를 반박하는 싼허변방검사창 명의의 정황설명 문건을 제출하자, 국정원 직원들은 다시 반박 증거자료를 물색했다.
 
김 과장은 또 다른 국정원 협력자 조선족 김 모 씨를 만나 "변호인이 제출한 '정황설명'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삼합검사창의 확인서'를 위조해 줄 것을 부탁했다. 김 씨는 중국에서 문서를 위조해왔고, 김 과장은 이를 해당 검사에게 제출했다.
 
국정원 직원들의 증거조작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김 과장과 협력자 김 씨는 올해 2월 재차 유우성씨의 출입경기록 문서를 위조했다. 이들은 유 씨 변호인이 제출한 옌벤조선족자치주 공안국 출입경관리국 명의의 출입경기록의 사본을 확보한 뒤, 중국에서 스캔을 통해 재차 위조했다.
 
또 위조문서가 중국 당국의 공증 및 인증을 받은 것으로 보이기 위해 지린성 창춘시 명의의 공증서도 함께 위조했다.
 
◇주한중국대사관 답변서로 들통
 
그러나 국정원 직원들과 협력자들의 이런 증거문서 위조 행각은 지난 2월 중순 주한중국대사관이 재판부에 제출한 답변서로 결국 들통이 났다.
 
앞서 지난해 12월 재판부가 변호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검찰이 제출한 중국 당국의 문서들에 대한 진위 여부를 주한중국대사관에 요청한 것에 대해 두 달 뒤 중국대사관이 회신을 한 것이다.
 
결국 검찰은 2월 중순 서울중앙지검에 진상조사팀을 꾸리고 조사에 착수했다. 국정원은 이 와중에도 "증거조작과 위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2월말,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의 분석을 통해 검찰과 변호인이 제출한 문서의 관인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3월초 검찰은 간첩 증거 조작 의혹에 대해 공식 수사에 돌입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검찰이 수사 개시에 들어간 당일에도 "증거 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3월10일 유감을 표했다. 수사 개시 후 검찰은 협조자 김 씨와 국정원 김 모 과장을 차례로 체포한 후,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이후 증거 조작에 가담한 국정원 직원들도 줄줄이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위조문서 제출 검사들, 남재준 국정원장 불기소
 
4월14일 검찰은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정원 실무 담당자 4명과 협조자에 대한 기소가 이뤄졌지만, 국정원으로부터 위조된 문서를 건네받아 법원에 제출한 검사들은 모두 불기소됐다. 남재준 원장 등 국정원 고위 간부들도 면죄부를 받았다.
 
이후 검찰은 대검찰청 감찰위원회를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됐던 검사 3명 중 2명에겐 정직 1개월, 1명에겐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려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고, 법무부는 지난 8월 이들을 대검 요구대로 징계 처분했다.
 
기소된 국정원 직원들의 변호인들은 재판에서 '검사가 증거 제출의 최종 책임자'라며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국정원에서는 남재준 원장이 결국 지난 4월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증거조작에 대해 뒤늦게 사과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인 지난 5월22일 국정원장직에서 물러났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지난 4월15일 간첩 증거 조작과 관련해 사과했다. 그는 지난 5월22일 국정원장직에서 물러났다. ⓒNews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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