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열·탄식..‘마왕’ 신해철을 떠나보낸 날
2014-10-31 10:43:31 2014-10-31 10:43:31
◇침통한 표정으로 위패를 들고 운구 행렬의 맨앞에 선 가수 윤도현. ⓒNews1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흰색 천이 덮인 관을 앞에 두고 가슴이 터질 듯 오열했다. 남편을 갑작스레 떠나보낸 윤원희씨(37)는 그렇게 무너져내렸다. 양 팔엔 열 살도 안 된 아들과 딸을 안은 채였다. 아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를 따라 눈물을 훔쳤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고인은 말이 없었다. ‘마왕’ 신해철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그렇게 떠났다.
 
◇밴드 넥스트의 멤버들이 신해철의 관을 옮기고 있다. ⓒNews1
 
31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선 故 신해철의 발인 미사가 진행됐다.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난 포기 하지 않아요. 그대도 우리들의 만남에 후횐없겠죠. 어렵고 또 험한길을 걸어도 나는 그대를 사랑해요."
 
지난 1990년에 발표됐던 신해철의 1집 앨범 수록곡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의 가사다. 발인 미사를 진행한 신부는 이 가사를 인용하며 "고인과 영영 작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고인을 기억하고 추억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한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서 가수 서태지는 동료 뮤지션들을 대표해 추도사를 낭독했다. 그는 "우리 가요계가 그의 음악에 많은 빚을 졌다. 항상 최고의 음악을 들려줘 고마웠다"며 "형에게 멋지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 아름다운 추억과 음악을 선물한 그의 이름을 모두 기억해달라"고 전했다.
 
◇가수 서태지(왼쪽)와 배우 이은성 부부 역시 신해철의 발인 미사에 참석해 눈물을 보였다. ⓒNews1
 
고인의 넋을 기리는 미사가 끝난 뒤 고인의 관이 영결식장을 떠나자 곳곳에서 울음 소리가 터졌다. 가수 윤도현이 위패를 들고 운구 행렬의 맨앞에 섰고, 고인이 이끌었던 밴드 넥스트의 멤버들이 관을 들었다. 이승철, 싸이, 타블로, 윤종신, 김부선 등 연예계 동료들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신해철을 사랑하고, 신해철의 음악을 사랑했던 팬들 역시 이 모습을 지켜보다 눈물을 터트렸다. 함께 있던 취재진 사이에서도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어떡해"라며 허탈하게 탄식하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운구 행렬은 신해철이 최근 7년 만에 발표했던 솔로 앨범과 발매 예정이었던 넥스트의 새 앨범을 작업한 곳인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작업실과 자택을 들르게 된다. 이후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유해는 경기도 안성시 유토피아 추모관에 안치된다.
 
앞서 지난 28일 마련된 故 신해철의 빈소에는 사흘 동안 약 1만 5000여명의 조문객이 방문해 고인을 죽음을 애도했다. 30~40대가 주를 이룬 일반인 조문객들은 자신의 청춘을 빛나게 해줬던 신해철의 음악을 추억하며 영정 앞에 헌화했다.
 
◇가수 싸이가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News1
 
故 신해철은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S병원에서 장협착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복부와 흉부에 통증을 느껴 지난 22일 이 병원에 재입원했다. 이날 오후 병실에서 쓰러진 뒤 심정지가 와 심폐소생술을 받은 신해철은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의료진은 신해철이 장 협착으로 수술 받은 부위를 개복해 응급 수술을 실시했으나 신해철은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고인은 댄스와 발라드 음악이 주류를 이뤘던 90년대 가요계에서 록 음악의 대중화에 앞장섰다.  '그대에게',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재즈 카페', '인형의 기사'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그는 실험적이면서 완성도 높은 음악을 선보였고, 동료 뮤지션들 사이에서 가장 존경 받는 뮤지션 중 한 명으로 꼽혔다. 또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한 소신 있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편 故 신해철의 유족 측은 고인이 장협착 수술을 받았던 병원 측에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뜻을 나타냈다.
  
발인에 앞서 故 신해철의 소속사 측은 "많은 분들이 고인의 사망 원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 걸로 알고 있다"며 "상중 기간 만큼은 고인을 편히 모시기 위해 가급적 언론보도를 자제하고 있었으나, 현재 시각까지도 S병원 측은 조문은 고사하고 공식적인 사과조차도 없기에 그 울분은 더욱 커져만 간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소속사는 고인이 장협착 수술을 받은 이후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자세한 경과사항을 파악하는데 주력하였고, 유족 측과 상의한 결과 S병원을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또 "변호사 선임도 이미 마친 상태이며 추후 대응은 선임 변호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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