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지난 9월 한빛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난 아이디와 비밀번호와 유출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한빛·고리원전을 보안감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감사 결과 원전의 보안실태에 총체적인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3일 산업부는 지난 9월24일부터 10월7일까지 한빛원전과 고리원전을 보안감사한 결과 아이디와 비밀번호 유출이 실제로 있었고, CCTV와 기타 보안관리가 허술했다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빛원전의 방사성폐기물 관리업체는 유출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한수원 전산망에 접속해 작업허가서를 승인하고 폐기물 반출을 허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원전 내 발전소별로 방사선 관리·감독 업무를 책임진 직원이 4인 3교대 방식에 따라 근무를 섰고, 인원 부족으로 1명만 근무를 서는 등 구조적 문제점도 확인됐다. 1개 발전소에 2기의 원전이 배정됐기 때문에 사실상 직원 1명이 2개 원자로를 관리하는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간 원전의 방사성폐기물 관리방식을 볼 때, 4개 원전본부 모두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유출됐으리라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접속기록 설정기간이 3일에 불과하고 PC 운영체계가 교체돼 명확한 사실관계는 규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원전 운전지원용으로 설치된 CCTV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CCTV는 설치근거 없이 원전별로 자체 운영하고 있었으며, 시설 점검주기(6개월)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영상물 저장기간도 지정하지 않은 채 운영했다. CCTV 중 아날로그 방식의 장비가 전체의 77%나 돼 고장도 잦았다.
기타 보안관리 측면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식사배달 차량이 직원입회나 안내 없이 보안구역을 수시로 출입하거나 협력업체가 승인받지 않는 보조기억장치(USB)에 업무자료를 저장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산업부는 아이디와 비밀번호 유출과 내부자료 추가 유출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한 후 조사결과에 따라 관련자 전원을 엄중히 문책할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별 업무진단을 통해 협력업체의 업무 범위를 재조정하고 전산망 접속기록 설정기간과 CCTV 영상물 보관기간을 늘리겠다"며 "노후 CCTV도 바꾸는 등 제도적 개선책 마련에 착수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원전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원전은 위해세력의 공격으로 파괴되거나 기능이 마비될 경우 국가경제와 안보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시설로 분류돼 대통령 훈령에 따라 국가중요시설 '가급'으로 관리되고 있다. 국가중요시설 가급은 청와대나 정부청사 등과 같은 등급이다.
◇고리 원자력발전소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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