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20년 이상 미국내 최다 특허를 보유하며 지난해 처음으로 삼성전자·LG전자의 합계를 넘어선 IBM이, 올해도 주요 국내 IT·전자기업과의 특허 보유 격차를 더 벌릴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지난 3분기 보고서를 보면 양사가 지난해 미국에서 보유한 특허는 각각 4676건과 1947건씩이었다. 현지 특허보유 10위권 업체중 2위와 10위에 해당하는 보유량이다.
반면 20년 이상 부동의 선두를 지키고있는 IBM은 총 6809건의 특허를 등록하며 삼성·LG 합계 6623건을 넘어섰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년 만에 현지 특허 보유건수를 1.5배 이상 늘린것을 감안하면 돋보이는 실적이다.
지난해 이전 IBM의 미국내 특허 보유건수는 줄곧 양사 합계보다 적었다. 총 6180건의 특허를 보유했던 지난 2011년 삼성과 LG의 합계는 6275건이었고 이듬해인 2012년에는 IBM 6478건, 삼성·LG 각각 5081건, 1624건 합계 6705건으로 200건 이상으로 벌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양사 합계를 앞지른 것이다. 지난 1993년 이후 미국에서 최다 특허보유 타이틀을 지키고 있는 '특허공룡'다운 모습이다.
◇(자료=각 사)
업계는 그 배경으로 IBM의 특허전략을 꼽고있다. IBM이 최근 매출하락에도 꾸준히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용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3년간 IBM의 매출액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지난 2011년 1070억달러(약 119조19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IBM은 다음해 1045억달러(약 116조4130억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998억달러(약 111조1770억원)로 매출액이 1000억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하지만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용 비중은 지난 2011년 5.9%에서 2012년 6%, 지난해 6.2%로 점차 늘려왔다. 미국내 특허보유건수 2위를 기록 중인 삼성전자가 같은기간 해마다 매출 신장을 이뤄왔지만 6.2%와 5.9%, 6.5%의 들쭉날쭉한 비중을 보였던 것과 대비된다.
사업환경 변화에 따른 전략수정도 IBM의 성공적 특허전략으로 꼽힌다. PC산업에 뿌리를 두고 있는 IBM은 IT시장이 모바일로 중심축을 이동하면서 침체됐다. 하지만 이후 크로스라이센싱과 기술협력, 전략적 업무제휴 등을 통해 원천기술 확보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것이다. 지난해 국내기업에 특허 매입 등을 제안하며 특허공세를 강화했던 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허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환경에서 특허보유에 공격적인 전략을 취한 셈이다. 때문에 이 같은 전략으로 연간 1조원이 넘는 수익을 특허로 거두고 있는 IBM이 올해는 삼성·LG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을 것 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반대 의견도 있다. 특허의 보유 수량만으로 우위를 논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 역시 최근 R&D 투자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무게를 실어온 만큼 IBM이 상황을 낙관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실제 올해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3분기까지 전년 동기대비 22% 증가한 10조8410억원(매출액 대비 6.4%)의 비용을 R&D 투자에 할애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 대비 투자비용이 7%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같은 기간 LG전자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2조7573억원을 R&D분야에 투입했다.
특허의 질적인 수준도 고려해야한다는 분석도 있다. 상대적으로 모바일로 산업의 중심축이 이동한 것에 빠르게 대응한 국내 기업의 질적 경쟁력이 더 앞설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보유수량으로만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국내 한 IT업계 관계자는 “IBM이 보유한 특허는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이미 공개가 된 부분이 많고 모바일 중심산업에서 IBM이 가진 특허가치는 가시적인 것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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