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공정거래위원회와 여당이 연내 추진키로 합의한 중간금융지주회사제의 금산분리 효과가 미흡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조속 통과시켜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및 소유·지배구조 문제 진단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삼성이 구조개편 과정에서 금산분리를 실현토록 하기 위해서는 보험업법을 개정해 삼성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며 "중간금융지주회사는 금산분리의 대안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그룹이 중간금융지주사제 도입 없이 현행 지주회사제 하에서도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며 전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고, 주요 비상장회사를 상장하는 한 뒤 주요 계열사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절차를 통해서다. 인적분할, 현물출자, 합병, 계열분리 등 5단계에 이르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그는 장기적으로는 이 방식이 삼성의 경제집중력이 높은 한국경제에도 더 낫다고 밝혔다.
(자료=경실련)
박상인 교수는 "삼성은 경영 승계에 대한 1차적 준비를 완료한 상태"라며 "삼성그룹의 소유지배구조 변화의 핵심 쟁점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여전히 동일인이 지배하는 체제 하에 유지될 것인지 여부"라고 말했다. 이를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과 함께다.
박 교수는 먼저 앞으로 삼성이 취할 수 있는 승계와 지배구조 변화 시나리오 3가지를 나열하고, 두 번째(현행 지주회사제 하에서의 지주회사 전환) 방안을 권고했다.
그가 제시한 첫 번째 안은 삼성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보수적인 안으로,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현재의 금산복합 출자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에서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과다 보유가 문제시 될 수 있다.
박상인 교수는 "당분간 삼성은 출자구조에 변경 없이 현상 유지를 할 개연성이 높다"며 "삼성의 경제력 집중을 고려한다면,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삼성의 승계와 출자구조 변경 계획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구조개편안은 현행법 하에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것인데, 박 교수는 이 안에서만이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가 분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부진과 이서현 등에게도 계열분리 면에서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를 막을 터널링 규제의 재입법과 올 4월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의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인 교수는 "삼성SDS 주가가 상장 전 장외가 수준인 35만5000원으로 오르면, 삼남매의 지분가치는 5조2334억원이 된다"며 "평균 투자액의 307배의 차익을 거두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막대한 투자수익률은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터널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개정된 공정거래법과 그 시행령이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터널링을 정당화할 수 있게 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보험업법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이 2014년 4월 발의한 것으로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에 적용되는 기준을 현행 취득원가에서 장부가액(공정가치)로 바꿔야 한다는 게 골자다.
(자료=경실련)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도 이같은 주장을 거들었다. 김 교수는 "다른 금융업권에서는 이미 장부가액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우려되는 한도 초과 문제도 유예기간을 주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중간금융지주사제와 함께 논의되고 있는 보험업법의 통과와 관련해서는 '소관 업무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보험업법 개정 관련 논의는 금융당국의 소관"이라며 "공정위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중간금융지주회사제의 도입이 금산분리를 후퇴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금융사가 지주회사 체제에 들어오면 출자제한을 받게 되기 때문에 출자를 끊어야 한다"며 "이는 금융과 비금융간 교차출자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해 금산분리가 훨씬 더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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