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발표한 '토마토 CSR 리서치센터'의 '2014 전문대학 지속지수'는 지속가능성에 근거한 전문대학 종합평가이다. 종합대학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의 평가는 몇 개 존재하지만, 전문대학 평가는 '토마토 CSR리서치센터'가 유일하다. 미디어의 전문대학 평가는 '토마토 CSR리서치센터'가 유일하지만, 처음은 아니다. 2010~2012년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ERISS)'에서 3개년에 걸쳐 전문대학 평가가 시행된 적이 있다. ERISS의 전문대학 평가가 중단돼 현재로서는 '토마토 CSR 리서치센터'의 전문대학 평가가 국내 유일의 민간 기반 평가인 셈이다.
■'2014 전문대학 지속지수'를 발표하며
'토마토 CSR 리서치센터'의 '전문대학 지속지수'는 종합대학 평가와는 방법론을 달리한다. 우선 '토마토 CSR 리서치센터'에서는 종합대학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 없으며 종합대학 평가 자체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고등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한 평가는 크게 종합대학과 전문대학의 두 가지인데, 종합대학에 대해서는 합당한 평가방법론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반면 직업인 양성기관인 전문대학에 대해서는 암묵적인 사회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효율성과 공정성에 근거한 객관적 평가는 전환기의 전문대학에 필요하며 전문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이나 졸업생을 받아들이려는 기업에 모두 요긴하다. 전문대학들은 공론의 장에서 공정성과 효율성의 잣대로 제대로 평가받고 경쟁을 통해 교육역량을 확충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교육시장 재편에 대비하여 생존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러나 종합대학에 대해서는 교육시장이란 용어의 사용 자체가 부적절할뿐더러 소위 신자유주의적인 효율성에 기반한 계량적 평가가, 단순 기능인이 아닌 전인적 민주시민을 양성해야 하는 종합대학의 본령을 침해하고 있다는 게 사회 전반의 우려다.
반면 교육시장이란 용어를 쓸 수 있다면 전문대학일 것이다. 예로 들어 이번 평가에서 예술대학들은 거의 예외 없이 좋지 않은 점수를 받았다. 다른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해도 취업률에서 점수를 까먹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 때문에 예술대학의 특성을 감안해 획일적으로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반론이 있지만 아무리 예술대학이라도 전문대학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면 그러한 항변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예술하는 실업자"를 양산하는 전문대학이라면 전문대학 간판을 내리고 다른 기관으로 전환함이 마땅하다. '취업'은 전문대학의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이다.
'2014 전문대학 지속지수'는 전문대학이 효율적으로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기능조직이란 점을 감안하였지만, 그럼에도 본연의 대학기능을 외면하지는 않았다.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2014 전문대학 지속지수'는 전문대학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는 평가틀로, 전문대학이 응당 취업교육역량을 키워야 하지만 더불어 학생·학부모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준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전문대학은 무엇보다 직업기회의 가능성을 키워야 하지만, 이와 함께 학생들에게 민주시민의 자질을 함양하고 지역사회의 책임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사회적 전망을 확보하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대학의 사회적 책임은 학생들을 잘 교육시켜 유능한 직업인으로 배출하는 것이어야 하지만, 그 이상의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면제되지는 않는다.
■평가지표(표) 및 향후 평가계획
◇2014 전문대학 지속지수 평가항목/점수구간/배점
'2014 전문대학 지속지수'는 전문대학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면서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평가지표를 찾아내려고 노력하였다. 앞서 언급한 대로 대학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구현하는 지표와 교육기관으로서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지표를 동시에 반영하였다. 동시에 취업률 같이 단순 결과치로 비교할 수 있는 '성과'와, 결과치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블랙박스인 '여건', 두 갈래로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였다. '여건'에는 ‘2014 전문대학 지속지수 평가지표’(표)의 교육지표 중 '교육여건'이 대표적이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관련된 지표로는 '기회균형 선발', '장애인 교육시설 여건', '비정규직 비율' 등을 들 수 있다.
'2014 전문대학 지속지수'는 교육·연구·경영·취업·생활의 5개 부문, 총 56개 항목을 평가하여 1000점 만점으로 환산해 제시하였다. 평가대상 전문대학은 국공립을 제외한 전국 131개 사립대학이다. 이런저런 연유로 사실상 평가가 어렵거나 평가의의가 없다고 판단되는 일부 대학은 제외하였다. 자료는 기본적으로 대학별로 3개년치를 사용하여 최근년도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가공하였으며, 3개년치가 없을 때는 일부 2개년 혹은 당해 연도 자료를 썼다. 개별 평가항목별로 6~173.25점을 부여하였으며 전문대학이란 특성에 따라 취업률, 산업체 경력 전임교원 현황, 교육비 등의 배점이 컸다. 취업 부문에서는 보조 지표로 진학률을 파악해 평가에 반영하였는데, 이 항목은 역지표로 진학률이 높을수록 낮은 점수를 주었다. 국내 전문대학들이 대외적으로 직업교육기관을 표방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4년제 종합대학 입학·편입 학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비정상적 행태를 감안한 것이다.
2014년 10월에 출범한 '토마토 CSR 리서치센터'는 비록 드러난 연륜이 미미하지만 지속가능분야에서 오랫동안 지식과 경험을 축적한 국내 대표적인 전문 인력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고, 센터 출범 이전부터 내실 있는 준비과정을 거쳐 이번에 처음으로 '2014 전문대학 지속지수'를 발표했다. 곧 바로 사이버대학과 폴리텍대학의 지속지수를 발표하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기업의 지속지수를 발표하는 등 우리 사회 여러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측정하고 공론화하여 개선을 촉구하는 일을 수행할 계획이다. 지속가능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사회적 평가’에도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향후 만전을 기해 작업을 수행할 것을 약속한다.
안치용 토마토CSR리서치센터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