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전월세상한제..필요하지만 위험할수 있는 발상
2014-12-03 15:59:17 2014-12-03 15:59:17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지난 2011년 6월 첫 입주가 시작된 광교신도시에선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통상 신규 입주 단지는 전세매물이 쏟아지지만, 이곳에서 집주인들은 빈집을 전세나 월세로 내놓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무슨일이 있었을까요?
 
당시 정부와 정치권이 전세난을 타개할 방법으로 전월세상한제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한창 논의를 벌이고 이었기 때문인데요. 제도 도입될 경우 재산권 행사 침체를 우려한 집주인들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던 겁니다. 전월세상한제 시행 전 세입자를 들이면 전셋값 인상에 제한을 받게 되기 때문에 집주인들은 전세를 놓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참 앞서 1989년의 전세시장에는 기록적인 일이 발생합니다. 한해 동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무려 29.6%나 급등한 것입니다. KB국민은행(전 주택은행)이 집계를 시작한 1986년 이래 역대 두번째로 높은 전셋값 상승률로 기록돼 있습니다. 전국적으로도 22.3%나 올랐습니다.
 
이듬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에 따라 전세임대 보호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었습니다. 2년 동안 전셋값 인상을 할 수 없게된 집주인들이 시행이 예고됐던 1989년 인상분을 선반영하며 전셋값이 기록적으로 올랐던 것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 전례로 봤을 때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우려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정부에서 반대입장을 고수하자 최근 야권은 전월세상한제를 포기하는 대신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전환율을 4%로 제한하는 것으로 입장을 조정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뭐가 됐든 집주인이 받아들이는 것은 똑같을 것입니다.
 
'재산권 침해'
 
전월세상한제는 말 그대로 전세와 월세의 인상률을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기본 2년에 2년 또는 1년의 계약을 요구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상황과 비교하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집에 대한 권리를 제한받게 되는 셈이죠. 이 제도가 시행되면 집주인들이 사전에 4년치에 해당하는 만큼 전셋값을 올리거나, 월세로 전환할 것은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느 집주인은 말합니다. "나는 자선사업가가 아닙니다. 집을 통해 수익을 올리기 위해 거액을 들여 집을 샀고 그 집을 반값에 전세 내줬습니다. 집값이 올라준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집값은 오히려 내려갔어요. 임대수익이라도 내야하는데 상한제가 시행된다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미리 인상하거나 월세로 전환해야겠죠. 더 손해보기 전에 그냥 집을 팔아버리는게 나을수도 있겠죠."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신혼부부가 될 것입니다. 계약 중인 기존 세입자는 상한제 등의 시행에 따라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전셋집을 찾아야 하는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들은 제도의 역기능에 그대로 노출되게 됩니다.
 
세입자들은 고정적인 주거비 지출이 적은 전세를 선호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전세는 급감할 수 있습니다. 월세화가 가속을 내는 현 임대차 시장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전세시대 마감을 앞당길 수 있어 보입니다. 
 
1년이었던 전세보장기간을 2년으로 늘린 것이 벌써 24년전 일입니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장기적인 세입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보면 분명 심각히 고려할 때가 됐습니다.
 
하지만 집주인이 절대 우위에 있는 현 시점, 과거 사례가 말해 주듯 오히려 신규 세입자의 주거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아보여 걱정입니다. 주거 약자를 보호하려는 제도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