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김승연 회장의 출근경영을 보는 시선
2014-12-04 20:26:27 2014-12-04 20:26:27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까딱까딱'. 3월27일 오후 3시56분 김포공항 국제선 출국장. 베이지색 재킷 차림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취재진 앞에 섰다. 손가락으로 휠체어를 끄는 수행진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보낸 뒤 공항에 나온 취재진들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얼굴은 하늘색 마스크 차림으로 반쯤 가려져 있었다. 한눈에 봐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수염을 깎지 않아 수더분했던 재판 때와는 달리 말끔한 낯빛으로 기자들을 차례차례 응시했다.
 
김 회장은 기자들 질문에는 말을 아낀 채 출국장으로 향했다. 취재진들은 이내 "김 회장의 얼굴이 이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고들 했다.
 
앞서 김 회장은 지난 2월11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재판에 구급차에 실려 누운 채로 출두했다. 중환자의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한달반여만에 김 회장이 단정한 차림으로 나타난 것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회사를 대표하는 회장님이 수더분하게 다닐 수 없지 않겠냐"며 "머리도 다듬고, 로션을 발라서 그렇지 건강은 여전히 좋지 않다"고 의혹의 시선을 경계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9월20일. 김 회장이 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승마장이었다. 그는 3남 동선씨가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 관람을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하늘색 셔츠 차림에 선글라스를 쓴 그는 환한 표정으로 막내 아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역시 초췌했던 예전 모습에서 완연히 호전된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승마장에서 찍힌 사진은 너무 잘 나와서 우리도 놀랬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회장님을 직접 본 스포츠 담당 출입 기자들은 다 안 좋아보인다고 말했다"면서 김 회장 두둔에 바빴다.
 
김 회장은 지난 3월26일 더이상 집중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치의의 권유로 퇴원했다. 그로부터 252일 뒤인 지난 3일, 김 회장이 2년3개월 만에 출근경영을 재개했다. 김 회장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사옥에 휠체어를 이끄는 직원 대신 수행원들을 대동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이 사실상 경영일선에 복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은 경영복귀에 앞서 지난달 26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삼성그룹으로부터 방산과 화학 계열사 4곳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김 회장이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 등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삼성과의 '빅딜'을 호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자숙의 시간이 짧다"는 비판적 시선도 있다. 물론 예전처럼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는 것이 아닌 이상 회장으로서 경영에 복귀하는 것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법적문제가 사라졌다고 여론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은 재벌그룹 총수들이 재판 때와 그 이후 완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항상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 회장에 대해서도 벌써 비판적인 여론이 일고 있다. 이런 부정적인 시선을 어떻게 극복해내고 여론의 지지를 회복할지는 온전히 김 회장의 몫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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