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검찰이 군 관사 수주 비리 혐의로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66)과 전직 군 장교 등 20여명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서영민)는 대보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과 군 공사 수주 금품로비 의혹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최 회장 등 7명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대보 측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국방부 산하 특별건설기술평가심의위원 등 13명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금품로비 가담 정도가 경미한 3명은 약식 기소됐다.
아울러 금품을 받은 심의위원 중 현역군인 4명에 대해선 군 검찰에 수사의뢰를 요청하고 관련 수사 자료를 이첩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보는 군 공사 발주 직후부터 평가심의위원에 대한 조직적인 로비에 전력을 기울여 심의위원 선정 전부터 후보군들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심의위원이 결정된 후 대보는 심의위원들의 배점 비중에 따라 1000만~3000만원의 금품을 건넸다.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준 경우에는 이후 500만~1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추가로 전달했다.
대보는 조직적인 로비를 위해 군 장교 출신을 임원으로 영입하거나, 또 다른 브로커를 활용했다.
최 회장은 2010년 심의위원 선정 하루 전 육군 공병장교 출신의 장모(50·구속기소)씨를 영업이사로 영입했다. 또 부사장으로 전역 장교 출신의 민모(61·구속기소)를 앉혔다.
장 이사는 심의위원 5명 중 3명에게 1500만~2000만원을 건넸고, 이들은 모두 대보컨소시엄에 1위 점수를 줬다. 민 부사장은 심의위원들과 안면이 있는 장교와 군무원을 브로커로 활용해 뇌물을 전달하려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대보와 수주를 놓고 다퉜던 경쟁업체 역시 평가위원 중 1명인 허모(52·구속기소) 교수에게 2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허 교수는 대보와 경쟁업체 양측 모두로부터 각 20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같은 로비가 있게 된 구조적 원인으로 낙찰자 선정 시 가격점수에서는 경쟁 업체 간 차이가 거의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기술평가점수로 수주가 결정되기 때문에 심의위원들에 대한 집중 로비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군 공사에서 업체 간 가격 담합 사실도 파악하고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실성 없는 국방부 규정도 지적됐다. 국방부가 훈령에서 심의위원들에 대한 로비를 막기 위해 업체 직원과 심의위원들의 접촉을 금지하고 있지만, 참가 업체들과 심의위원들은 거리낌 없이 접촉을 하고 있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대보가 군 공사 수주 로비를 위해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것도 확인했다. 대보는 거래대금 부풀리기 방법으로 총160억 원, 허위 상여금 지급 등으로 51억 원 등 총 211억 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관할권의 이원화와 군 조직의 특성 등으로 그동안 파악이 어려웠던 군 공사의 구조적 비리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기술평가의 절대적 기준과 허울뿐인 규정 등의 구조적 원인으로 군 공사 수주 전 과정에 로비가 개입할 여지가 크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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