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국내 상륙 한 달째를 맞은 스웨덴 가구 공룡 이케아가 잇단 언론의 뭇매에도 소비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사고 있다. 업계는 달갑지 않은 속내로 이케아의 효과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주변상권과의 상생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이케아의 국내 진출은 도입 단계에서부터 가구업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입점 전부터 관세 혜택과 역세권이라는 천혜의 입지를 얻으면서 일찌감치 업계를 긴장시켰다. 전 세계 50여개국에 360여개 매장을 가진 가구 공룡인 데다, '홈퍼니싱' 업체를 표방하며 가구 외에 생활용품과 문화공간, 레스토랑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이케아의 행보는 업계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이케아 광명 1호점 전경(사진=뉴스토마토)
언론은 이런 이케아를 두고 융단폭격 수준으로 비판과 매도에 나섰다. 1호점 오픈 전부터 일본해 지도 표기와 가격 정책 등을 도마 위에 올리더니 오픈 이후에는 지역상권 생존과 교통대란 등을 주제로 한 기사들을 쏟아냈다. 조립과 배송에 따로 드는 비용이 과다하다는 점도 비난 대상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6일 한 지상파 방송은 이케아 가격 거품을 다룬 프로그램에서 전문가 인터뷰를 오역하면서 논란을 사기도 했다. 관련 논문을 인용해 이케아 제품의 국가별 제품 가격차를 비교하는 부분에서 논문 참여자의 전화 인터뷰 취지를 정반대로 전한 것. 해당 방송사는 오역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만 했다.
정치권도 이케아 견제에 나섰다. 지난 14일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 등이 이케아의 의무휴업 적용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개정안'을 발의하며 논란을 키웠다. 가구전문점으로 국내에 들어온 이케아의 실제 가구사업 비중이 40%에 불과하고, 광명 일대 교통대란과 중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점을 정면으로 문제삼았다.
제품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제품 믹스 구성은 사업자로서 당연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소수의 반론도 존재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이케아를 향한 견제를 반기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동종업계 사업자로서는 이해하지만 이케아의 덩치가 워낙 크고, 그 파급력이 막대한 만큼 견제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광명 1호점 오픈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이었던 광명시 또한 지난 16일 이케아가 1년으로 신청한 임시 사용승인 기간 연장을 추가 교통개선 대책 마련을 조건으로 2개월만 승인했다. 교통난 해소라는 명분을 내세우긴 했지만 불과 1주일만 에 돌변한 태도에 '이케아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 같은 뭇매에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이케아에 '열광' 수준의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8일 광명 1호점을 오픈한 이케아는 연일 인기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오픈 당일 하루 2만여명이 매장을 방문하는 등 오픈기간 동안 5만여명이 운집하며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증명했던 광명 1호점은 오픈 때만큼의 열기는 아니지만 주말에는 여전히 북새통을 이룬다. 업계에 따르면 한 달동안 이케아 광명점을 다년간 인원은 9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가족단위로 찾는 고객들을 위한 문화공간과 방문고객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이케아 푸드' 또한 큰 인기다. 오픈 당일부터 3일간 팔려나간 식음료만 핫도그 약 1만1000개, 커피 1만잔, 미트볼 6만접시 등에 달한다.
이케아 관계자는 "한국시장에 맞는 홈퍼니싱 솔루션 제공을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진출 준비를 면밀히 진행해왔고, 가정방문 등을 통해 시장을 분석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케아 코리아는 현재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의미있는 매출과 방문고객 수가 기록되는 시점에 관련 내용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18일 이케아 광명 1호점 오픈을 기다리는 고객들. 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이케아 광명점을 찾은 인원은 9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사진=뉴스토마토)
업계는 이케아의 영향력을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덤덤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분위기다. 거물급 경쟁자의 등장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구책 마련 등을 채찍질하는 긍정적 효과를 나은 동시에 매출 측면에서 분명한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라는 거대 경쟁자가 등장했지만 결국은 업체별로 하기 나름"이라며 "선제적으로 잘 준비하면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계기가 마련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되는 상황인 만큼 잘 대응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케아에 맞서기 위해 지난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대형 매장을 확보하는 등 공격적 대응에 나선 것. 한샘은 매장 대형화를 위한 리모델링에 주력했고, 현대리바트는 B2C 채널 강화의 일환으로 지난해만 30개 매장을 새로 오픈했다.
또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키즈가구 시장 선점을 위한 총력전에도 불이 붙었다. 키즈가구는 이케아 오픈 기간 동안 가장 많은 호응을 샀던 분야기도 하다.
이 같은 업계의 노력은 실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 1조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한샘은 지난해 3분기까지 94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4년 연간 매출 또한 무난히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리바트 역시 지난해 전년 대비 1000억원 이상의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
반면 이케아 광명 1호점 인근에 위치한 광명 가구거리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매출이 급감 중이다. 자동차로 불과 15분 거리에 자리한 가구공룡의 한국 거점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
이케아가 중소상인과 상생 차원에서 매장내 360평의 공간을 전시관으로 내주기로 하고, 광명시가 매장 건너편에 약 6000평의 전통가구단지 조성 검토 계획 등을 밝혔지만 현실적인 제약 등으로 실효성에 물음표가 붙은 상황이다.
IMF사태 이후 출혈경쟁으로 명맥을 유지하던 가구단지 점주들은 당장 효과 없는 큰 그림 그리기식 대책 제시로 권리금도 없이 가게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케아 광명점 오픈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 광명가구거리 전경.(사진=뉴스토마토)
정희균 광명시 가구유통사업협동조합 이사는 "가구단지 사람들에게 가구클러스터나 전시장 등의 큰 그림은 와닿는 대책이 아니다"며 "우리는 당장 하루가 급한 사람들인데 추운 사람에게 내년에 옷을 주겠다고 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는 물류센터나 공동매장 등 피부에 와닿는 대책들이 마련돼야 그나마 경쟁이라도 해볼 수 있을 텐데 매장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현 구조상 한 거점에 물건을 모아놓은 이케아와는 경쟁해 볼 엄두도 나지 않는다"며 "가구점들이 무너지면 납품하는 공장들도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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