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전 세계 50여개국 360여개 매장, 국내 1호점 개점 3일간 5만명 방문, 국내 상륙 35일 만에 방문객 100만명 돌파.
지난달 18일 국내에 상륙한 스웨덴 가구공룡 이케아의 단면이다. 국내 진출 과정에서부터 불거진 각종 논란과 비판에도 불구, 이케아는 돌풍을 일으키며 시장에 안착했다. 이케아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펼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대형 가구사들과의 진검승부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일단 대형 가구사들의 지난해 실적은 기분좋게 마무리될 것이 확실시된다.
한샘(009240)과
현대리바트(079430) 등 국내 대형 가구사들은 건설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견조한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됐다.
2013년 국내 가구업계 최초로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한샘은 지난 3분기 매출액 3170억6500만원, 영업이익 258억36만원을 기록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액 1조3084억원, 영업이익 1088억원 수준의 실적이 전망된다. 전년 대비 각각 30%, 36.3% 오른 수치다.
업계 2위 현대리바트는 지난해 3분기 매출액 1460억3400만원 영업이익 71억43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146% 성장한 성적표를 내놨다. 지난 한 해 매출액 6450억원, 영업이익 400억 수준이 예상된다.
양사가 건설경기 불황에도 2년 연속 호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B2B에서 B2C로의 성공적 무게중심 이동과 생활용품, 인테리어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매장 대형화 및 확충 등으로 꼽힌다. 이는 지난해 3분기 가구업계의 전통적 비수기에도 양사의 실적을 견인한 요소이기도 하다.
◇한샘과 리바트의 지난해 실적을 견인한 요소는 대형 매장 확충을 비롯한 유통망 강화와 키즈가구, 생활용품, 인테리어 사업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꼽힌다. 사진은 한샘 플래그십 스토어 목동점 서재자녀방관(왼쪽)과 현대리바트 스타일샵 강동전시장(오른쪽)(사진=각 사)
이 같은 양사의 호실적은 이케아 상륙에 앞서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면서 긍정적으로 작용한 이른바 '메기 효과'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 여기에 이케아로 인해 관련 제품의 관심이 높아진 상태에서 고급 제품의 수요는 한샘과 현대리바트 쪽으로 쏠렸다는 분석이다.
이케아가 중저가 제품 위주인 데다 비가구 제품의 비중이 60% 가량인 만큼 직접적인 타격보다는 간접적 호재로 작용했다는 것. 회사 측도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지만 이케아로 인해 높아진 소비자들의 반응을 부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케아의 진출이 업계 위기가 아닌 장기적인 브랜드 가구 시장 성장의 촉매로 받아들인 셈.
하지만 이케아의 국내시장 사업 원년인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진출 추진 단계에서 발빠른 대응과 인테리어, 생활용품, 리모델링 등 떠오르는 신시장의 수요를 실질적 경쟁자 없이 양사가 사이좋게 나눠가졌다면 올해는 이케아와의 해당 분야 전면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가 지난달 18일 개점하면서 4분기 실적에 오랜 기간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영향을 안 받았다고 단언하기도 힘들다"며 "이케아 진입이 초기 단계이고, 향후 마케팅이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지 확신할 수 없는 만큼 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개점 당시 이케아 광명 1호점을 방문한 소비자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News1
일단 증권가 전망은 양사에 긍정적이다. 이케아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 양사가 차분히 기반을 다져온 유통망 확대와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의 요소가 본격적인 수확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이케아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주체는 대형 종합가구사보다는 비브랜드 중소 제조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한샘의 경우 가구시장 구조조정과 소비패턴 변화에 의한 수혜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본격화되는 건자재 패키지 사업과 생활용품 전문점 시장 진출 계획 등은 경쟁력을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현대리바트는 직매장의 프로모션 및 키즈가구와 매트리스 시장에 대한 신규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조사들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이케아의 파급력을 정확히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은 지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샘 관계자는 "이케아 진출에 대비하며 펼쳐온 전략들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올해 역시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그동안 착실히 준비해 온 만큼 자신은 있지만 시험을 앞둔 학생이 100점을 장담할 순 없는 것처럼 신중하게 시장상황을 지켜 보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파워에 기반한 한샘의 프리미엄 전략은 이케아와 상충하지 않고, 현대백화점 품에 안긴 현대리바트의 우군 효과도 무시하기 어렵다"며 이들의 선전에 무게감을 실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순 소품 외에 조립과 배송비 등 이케아의 특성이 국내 문화에 얼마나 적응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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