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그리스가 유럽연합(EU)의 요구대로 구조개혁 프로그램을 받아들일 의향이 있다고 밝히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희망이 싹텄으나, 긴축 수위에 관한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15일(현지시간) 마지막 협상을 앞두고 그리스 좌파 정부와 EU 당국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와 EU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이어가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나, 그 수위를 놓고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린 탓에 협상이 난항에 봉착했다.
그리스 정부는 이날 유로존과 합의에 이를 것으로 자신하면서도 강력한 긴축 정책을 받아들일 용의는 전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기존에 시행하던 긴축 프로그램 중 일부는 수용할 수 있지만, 전체를 다 받아들일 용의는 없다는 뜻이다.
지난 11일 그리스는 유로존 재무장관들과 가진 긴급회의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전 정부가 시행해 온 긴축 조치 등의 기존 합의사항 중 70%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긴축 전면 반대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치프라스 정부는 긴축을 일부 수용하는 대신 '가교 프로그램(브릿지론)'을 가동하는 한편, 오는 28일 끝나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하지 않고 6개월 후인 8월 말에 새로운 협상을 타결할 계획이다.
가교 프로그램은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유동성을 추가로 지원받는 방안을 말한다. 그리스 정부는 이 돈으로 임금인상과 연금 확대 등의 대선 공약을 이행할 방침이다.
가브리엘 사켈라리디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그리스의 핵심 요구사항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것 같지는 않다"며 "그러나, 그리스 정부는 유권자들에게 했던 공약을 지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사진)는 이날 "협상이 쉽사리 성사될 것 같지 않다"며 "그러나 아테네는 개혁을 시행하고 과거의 실수를 만회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리스 정부가 나름의 타협안을 내놓고 지원금을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독일은 요지부동이다.
기존 정부가 했던 대로 긴축 프로그램을 100% 가동하라는 것이다.
울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날도 "그리스는 추가 지원을 얻으려면 기존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그대로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독일의 한 관료는 "아테네는 금융 지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 구제금융 프로그램 안에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뿐 아니라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등 유로존 국가들도 그리스의 계획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기존의 유럽법을 어기고 특정국에 혜택을 주면 안된다는 점에서다.
문제는 오는 16일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벌이는 유로회의에서도 협상이 성사되지 않으면, 그리스가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하거나 유로존을 탈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유로회의는 구제금융 만기일 전에 열리는 마지막 회의다. 회의 윤곽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17일 오전에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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