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범행 예견 못했다면 대포통장 주인에 배상 책임 없어"
2015-02-19 09:00:00 2015-02-19 09:00:00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이른바 '대포통장'을 보이스피싱 일당에 넘겨줬다고 하더라도, 범행에 사용되는 줄 몰랐다면 피해 금액을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박모씨가 범행에 쓰인 통장 주인 김모(49)씨와 서모(52)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와 서씨 명의의 통장과 현금카드 등을 건넬 당시 그것들이 범행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이나, 범행을 용이하게 한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통장 등의 교부와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김씨와 서씨도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자신들 명의의 통장과 현금카드 등을 건넨 것"이라며 "보이스피싱 범행은 그 직후 발생했고, 건넨 통장과 현금카드가 각 1개에 불과하고 이로 인한 금전적 대가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과 2심이 김씨와 서씨의 책임을 인정한 부분에 대해선 "과실에 의한 방조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 2011년 12월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다. 그는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니 피해신고를 하라"는 얘기에, 범인이 알려준 홈페이지에 접속해 개인정보를 입력했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박씨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박씨 명의의 카드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로 신청한 후, 이를 박씨 명의의 통장을 거쳐, 김씨와 서씨의 통장으로 이체하는 수법으로 총 1950만원을 가로챘다.
 
이후 박씨는 피해가 인정돼 채무를 감면 받았으나, 모두 970만원을 카드회사와 은행에 갚아야 했다.
 
앞서 김씨와 서씨는 휴대폰으로 온 대출 문제 메시지 발신 번호로 전화를 걸어 대출을 문의했다. 이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선 통장을 개설한 후 통장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현금카드를 보내야한다"는 말을 듣고 통장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현금카드를 보낸 바 있다. 이 통장이 범행에 사용됐다.
 
두 사람은 2012년 1월 현금카드 등을 타인에게 양도한 행위로 인해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박씨는 같은 해 1월말 두 사람에 상대로 피해액을 보상하라며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김씨와 서씨가 적어도 양도가 금지된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제공한 것은 범죄행위를 용이하게 해, 이를 방조한 것으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 있다"며 손해액의 50%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박씨가 상고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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