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새해들어 우리 경제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불황형 흑자로 수출 호조세에 제동이 걸렸고, 내수시장 역시 소비부진으로 유통업체의 경기가 좋지 않다. 새해에 경기가 내우외환에 시달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5년 2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준 414억5600만달러, 수입은 19.6% 떨어진 337억9900만달러를 기록했다.
2월 무역흑자는 76억5800만달러를 기록해 월간 최대 흑자를 달성했다.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준 것을 고려하면 수출액 감소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수출·입이 2개월째 부진한 데다 무역흑자도 불황형 흑자에 따른 것이어서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수출 호조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불황형 흑자란 한 나라의 경기가 불황에 접어들 때 수출·입이 함께 둔화되고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 외견상 흑자인 상태를 의미한다. 실제로 1월에도 수출과 수입은 각각 0.4%, 11.0% 줄었는데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 간신히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산업부는 최근의 수출·입 부진에 대해 국제 유가하락과 러시아발 경제위기, 그에 따른 유럽시장 침체를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국제 유가하락과 러시아의 경기부진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불황형 흑자세는 더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밖에서 수출 실적이 신통하지 않듯 내수시장 분위기도 침울하다는 것이다.
최근 산업부가 발표한 '2015년 1월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보면, 1월 대형마트와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18.3%, 11.0%나 줄었다. 기업형수퍼마켓(SSM)도 매출이 10.5% 감소했다. 1인 가구 증가와 담배·가공식품 판매 호조로 편의점만 매출이 4.2% 늘었다.
특히 유통업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책임지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대형마트는 11분기째 매출이 줄었고, 지난 1년간 3번(1월, 5월, 8월)을 빼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모두 내렸다.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상품을 사는 건수도 11개월째 하락했다.
백화점도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매출이 늘어난 때는 4달(1월, 5월, 7월, 8월)에 불과하고, 상품 구매 건수는 8개월 연속 하락세다. SSM도 지난해 1월을 제외하면 12개월째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이 감소했고, 구매 건수 역시 1년 내내 내림세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부는 경제 이중고를 극복할 대안이 없어 보인다.
산업부는 수출 호조세에 제동이 걸렸고 불황형 흑자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단기적인 수출·입 실적으로 불황형 흑자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며 "주요 수출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수출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 내놓고 있다.
더구나 유통가 부진이 1년 넘게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2월 소비자심리지수를 통해 "소비심리가 두달간 다소 개선댔다"고 분석해 정책 당국의 시장동향에 대한 인식과 현장의 분위기가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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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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