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검경이 마크 리퍼트(42) 주한미군 대사 피습 피의자인 김기종(55·구속)씨의 이적성 입증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본부장 김철준 수사부장) 부본부장인 윤명성 종로경찰서장은 9일 "이적성이 의심되는 책자 등 30여 건을 외부 전문기관의 감정 결과, 10여 건이 이적성이 있는 문건이라고 회신 받았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문서는 아직 감정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같은 '이적성 의심 문건'들을 중심으로 이적물 소지를 금지한 국보법 7조5항 적용을 위해 김씨의 이적성 입증을 위해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김씨 측은 경찰조사에서 '연구목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서울 모 대학 통일정책대학원을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판례에서 연구 목적 등의 이적 표현물 소지를 문제 삼고 있지 않아, 이적 표현물 소지 자체만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적 표현물 소지가 죄가 되기 위해선 김씨의 이적성 입증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윤 서장이 "공범과 배후, 자금지원이 있었는지 여부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수사를 계속 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 역시, 김씨의 이적 표현물 소지만으로 국보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경찰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윤명성 종로경찰서장 9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를 습격 사건에 대한 수사 상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News1
경찰은 국보법 적용을 위해 김씨의 7차례의 방북 당시 행적과, 국내에서의 그의 행적과 발언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 2011년 '김정일 대한문 분향소 설치' 등의 그의 과거 행적에 대한 추적수사로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선전·동조 활동이 있었는지를 입증하겠는 것이다. 경찰의 수사가 사실상 '리퍼트 습격' 보다는 '이적성 입증'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또 김씨가 대표로 있는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평소 김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몇몇 인사들도 수사 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찰은 김씨를 중심으로 공범이나 배후세력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 확대 정도에 따라서 '공안몰이'라는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경찰은 김씨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의 국보법이 적용될 수 있는 발언을 확보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7일 경찰 조사에서 "(김일성은) 20세기 민족지도자"라며 "일제치하에서 항일운동을 했고 38선이 생긴 이후 자기 국가를 건설해 지금까지 잘 이끌어왔다"고 진술했다. 그는 "(남한에는 김일성과 비교할 만한 지도자가) 없다"고도 했다.
경찰은 이날 지난 6일 김씨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부터 국가보안법 적용을 이미 염두에 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브리핑에 동석한 김두연 서울경찰청 보안2과장은 "체포 이후에 행적 활동을 확인하니 반미집회 등을 적극적으로 개최한 대상자였기 때문에 국보법 위반, 이적표현물 등이 있을 것으로 판단돼 압수수색 영장에 국보법을 적시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의 입장은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이 "압수물 분석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제시해 무산됐다.
경찰은 김씨 등 대한 조사와 압수물 분석을 이어간 뒤, 늦어도 오는 13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면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이상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이 이어받아 대대적인 보강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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