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100세 시대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당연한 일이 아니다. 통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0.007%, 지난해 전체 주민등록연앙인구(그해 중앙인 7월1일 기준) 가운데 100세를 넘은 사람의 비율이다. 이들은 모두 3692명. 이를 작년 0세였던 42만635명과 비교하면 100세 넘게 살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사망하기 전까지 10년 정도는 심하게 아프다는 통계는 널리 알려졌다.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틸 방법은 사실상 없다.
나이 들어 난데없이 큰 병에 걸렸다고 치자. 수술이 불가피하다. 의료진이 수술법을 선택하라고 설명하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최신 교육을 받은 자녀들도 옆에 있지만 속수무책. 속속 등장하는 새로운 의술을 어찌 알겠는가. '3분 진료'에 급급한 의료기관에 갔다면 수술 방법을 이해하기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이 와중에 환자는 의사가 장사하는 것 같다는 의심도 든다. 더 비싼 방법으로 내 배를 가르려는 건 아닐까.
반면, 의사도 곤란하다고 한다. 눈앞에 있는 환자도 중요하지만, 그 환자보다 절체절명인 환자들 또한 아른거린다. 수술과 관련해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도 그렇거니와 이게 장사하는 거로 비치니 참 곤란하다. 허준, 화타, 히포크라테스라도 곤란했을 것이다. 누가 도와줄 수 없나.
스타트업리포트가 46번째로 소개하는 '헬스웨이브'는 이런 상황에 놓인 환자와 의료진에게 일종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환자·보호자가 짧은 시간에 이해하기 어려운 의료 정보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의료기관에 제공한다. 의료기관은 헬스웨이브가 만든 애니메이션을 환자에게 직접 보여주거나, 해당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시청할 수 있는 링크를 문자메시지로 보내면 된다. '100세 시대이지만 10년은 아픈 시대'를 맞아 유익한 서비스로 보인다. 물론 한계도 있을 것이다. 의사 출신인 정희두 헬스웨이브 대표를 만났다.
◇"수술 방법, 애니메이션 보고 고르세요."
- 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입니다. 회사와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헬스웨이브의 정희두 대표입니다. 헬스웨이브는 의료 정보를 환자·보호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서 병원에 제공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이런 서비스를 '설명처방'(Information Prescription)이라고 하는데요. 지난 2011년부터 전자차트에 연동된 설명처방 시스템인 '하이차트'(HiChart)를 운영하고 있고, 올해 초부터 스마트폰 앱 형태의 '헬스브리즈'(HealthBreeze)도 출시했습니다.
말하자면 헬스웨이브는 의료정보 관련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이자 동영상 플랫폼 회사인 셈입니다.
-이 서비스가 병원과 환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병원과 의료진은 저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온라인에서 시청할 수 있는 링크 정보를 환자·보호자에게 단문문자메시지(SMS)로 보낼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요. 환자·보호자는 짧은 시간에 이해하기 어려운 의료 정보를 애니메이션으로 익힐 수 있으므로 수술 방법 등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됩니다.
-의료 정보는 의사들이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나요? 그래야 할테고요.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수술 방법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의사는 새로운 방법이 더 낫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환자에게 설명하게 되는데요. 시간이 제한돼 있어 짧은 시간에 똑같은 설명을 반복하게 됩니다.
하지만, 새로운 수술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의사가 직접 하는 순간 환자는 이렇게 반응합니다. "이 사람이 더 비싼 방법을 소개해서 장사하는 것 아닌가?" 환자는 기분 나쁠 수 있죠.
이런 상황에서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면 의사는 환자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수술 방법에 대해서는 애니메이션을 보시고 다시 얘기합시다."
그럼 환자는 여러가지 수술 방법을 소개하는 애니메이션을 본 뒤 수술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의사는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지 않아도 되고요. 모두가 치료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겁니다.
◇정희두 헬스웨이브 대표가 자사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조류독감 계기로 의사에서 창업의 길로"
-외과 전문의 자격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의사를 하지 않으시고, 창업을 선택한 배경이 있나요?
▲창업 배경을 말씀드리려면 히스토리가 10년쯤 되는데요.
2003년 봄쯤이었어요. 군 복무를 하기 위해 공중보건의사로 보건소에 가면서 외과의사를 계속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제가 사실 의대 교수님들이 쓰는 책에 들어가는 삽화를 그리는 일도 했는데요. 이원복 교수님을 롤모델로 책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의사가 되고 싶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대학 때 홍보팀 활동을 하면서 만화로 이것저것 알리는 일도 많이 했고, 환자들을 만날 때 실제 의료행위보다는 수술 동의서를 받기 전 그림을 그리면서 설명하는 게 더 재밌기도 했고요.
군에 간 첫해 겨울, 조류독감이 터졌습니다. 전국민이 조류 인플루엔자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던 때였죠. 조류독감이 터진 곳이 저희 보건소가 있는 동네였습니다. 충북 음성군이요. 그때 충북대 교수님과 함께 조류독감을 소개하는 플래시 만화를 만들었어요. 제안이 왔을 때 고민할 것도 없이 그냥 하겠다고 했습니다. 12월쯤인데요. 크리스마스 때 집에도 못갔습니다. 인생의 갈림길이 그때 결정됐죠.
-그때부터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거군요.
▲그렇죠. 이후 충북대 의학연구정보센터에서 보건·교육 애니메이션을 연구하는 사업에 참여했고요. 그곳에서 연구 과제를 수행하다보니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시장 규모도 알게 됐고, 인건비는 물론 제작 시간이 어느 정도 들어가는지도 알 수 있었죠. 그때 의사가 아닌 다른 길을 택하기로 결심했고요. 아내에게 "2년만 시간을 달라"며 "올인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사업 초기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어디에 올려놓으면 동영상 제목이 워낙 어려워서 환자들이 그걸 찾기 어려운 게 문제더군요. 가령 '유방중심부침생검안내'라는 검사명을 동영상 제목으로 해놓으면 환자 혼자서는 찾기 어려운 거죠. 일반 의약품 같으면 창고만 정리 잘 해놔도 쉽게 찾아 드실 수 있는데요. 전문 의약품은 정리를 잘 해둬도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찾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이치죠.
-해결책은 어떻게 찾으셨죠?
▲그래서 저희가 만든 동영상을 '전자차트'에서 활용할 수 있으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전자차트는 의료진이 의료행위를 할 때 사용하는 IT 시스템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의료진이 전자차트를 통해 의료 정보를 담은 애니메이션을 바로 보여주거나, 이메일·문자메시지를 보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기술력도 있으셨던 건가요?.
▲2006년말 서울대 의료정보센터에서 전자차트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의사를 뽑는다고 하더군요. 연구교수로 오겠냐는 제안이었어요. 제 입장에선 월급을 안 줘도 가겠다는 생각이었죠. 전자차트를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2007년 초부터 1년 정도 서울대병원 전산시스템을 개발하고 유지·관리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의료 정보와 애니메이션 IT 등 세 가지를 접목하는 방법과 법률 문제도 배웠죠. 애니메이션을 전자차트에 붙이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었던 계기였습니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고 그곳에서 나왔고요. 그로부터 1년 뒤인 2009년 5월에 법인을 설립한 게 헬스웨이브입니다.
◇마크로젠·케이큐브벤처스서 12억 투자 받아
- 초기 회사 자본금은 어떻게 되나요?
▲초기 자본금은 5000만원이었으나, 현재 자본금은 3억2000만원입니다.
- 투자 현황은 어떤가요?
▲유전체 분석기업 '마크로젠'에서 7억원, 스타트업 전문 벤처캐피탈 '케이큐브벤처스'에서 5억원을 유치했습니다. 중소기업청의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사업화 지원'(팁스·TIPs)을 통해 조달한 자금도 5억원가량입니다. 팁스의 경우 2억500만원씩 2년에 걸쳐서 받는 방식입니다. 참고로 재무적 투자는 아니지만, 국내 전자차트 업체 18곳이 모인 의료정보협의체의 역할 투자도 받았습니다.
-투자 유치의 배경이 있나요?
▲마크로젠의 경우를 먼저 설명드릴게요. 마크로젠의 사업 분야인 유전자 검사는 설명할 게 어마어마하게 많은데요. 환자의 동의서를 받으면서 제대로 설명하고 질문에 답변하려면 거의 한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 서비스가 필요한 부분이죠. 전략적 투자라고 보면 되고요.
케이큐브벤처스의 경우 사용 지표보다는 처음 시도되는 서비스의 가능성과 팀이 좋다는 이유에서 투자 받았습니다. 병원과 환자에게 확실한 혜택을 준다는 서비스 가치도 좋게 평가 받은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최대주주인가요?
▲네. 제가 최대주주입니다. 이건 얘기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요.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투자 받을 때 직원들에게 주식을 지급했습니다.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하기 위해서였죠. 대학 때 만화 그릴 때부터, 충북대에서 연구할 때부터 함께 하신 분들이라. 기존 주주들의 동의는 물론 받았습니다.
-투자 유치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가요? 인수·합병(M&A)도요.
▲저희는 두 가지 발전 계획이 있는데요. 하나는 저희 서비스를 쓰는 의료진과 환자 사용자가 충분히 확보될 경우인데요. 이 경우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클 수 있다고 봅니다. 다른 하나는 헬스케어 비디오 플랫폼으로 가는 건데요. 비디오 플랫폼은 굉장히 많은 자금이 들어가는 사업입니다. 저희가 글로벌 헬스케어 비디오 플랫폼을 지향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이 경우 기업공개(IPO)나 M&A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키즈노트가 다음카카오의 인수로 힘을 내는 것처럼 저희도 그런 방식을 생각할 수 있는 거죠. 다만, 헬스케어 비디오 플랫폼의 성공 사례를 아직 찾기 어렵습니다. 물론 시장성은 있다고 봅니다.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도 헬스케어 플랫폼에 관심이 있는 걸로 압니다.
- 현재 직원수를 직군별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대표이사 겸 애니메이션 제작 감독이 접니다. 개발팀 3명, 영업과 행정 2명, 애니메이션 프로듀서는 간호사 선생님들인데 2명이고요. 애니메이션 아티스트는 8명입니다.
- 팀 세팅은 어떻게 하셨나요?
▲아티스트의 경우 레지던트할 때 만화 그리는 활동하면서 알던 분도 있고요. 청년의사신문에서 1년, 조선일보에서 3개월 만화를 연재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연구 과제를 하다보니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한서대 영상애니메이션학과 교수님들과 교분이 있어 그분들의 제자를 소개 받기도 했습니다.
간호사 두 분도 연구 과제하면서 알게 된 분이고요. 이분들은 업무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병원 실무진과의 의사소통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일단 있고요. 전문용어로 된 의료정보를 영상으로 바꾸는 작업에서도 전문성이 발휘됩니다.
-개발자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초 케이큐브벤처스의 투자를 받은 뒤 미국에 가서 저희 비디오 플랫폼을 소개했더니 메신저 기능을 넣어달라는 니즈(수요)가 있어서 개발자가 더 필요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의료진과 환자가 문자메시지를 자주 주고받는다는 이유로 저희 플랫폼에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면 좋겠다는 요구였죠. 그래서 삼성전자의 모바일 메신저 챗온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분을 모셔왔습니다. 50대 초반이신데, 모바일 메신저 스타트업도 해보신 분입니다.
또 저희 부사장님은 우리나라 병원이 IT를 처음 쓰기 시작한 곳 중 하나인 서울대 임상병리과의 임상병리사 출신입니다. 대형병원에서 전자차트 시스템을 만들 던 분이라 의료정보 1세대라고 보면 되는데요. 1세대다보니 마당발이셔서 국내 전자차트 회사 대표님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도 있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헬스웨이브의 한 아티스트가 그래픽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지난해 연매출 5억원..올해는 8억 이상 목표
- 가입 기업 수와 매출액 등 서비스 성과가 궁금합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5억원 수준입니다. 하이차트의 월별 데이터를 보면 발행 건은 3만여 건이고, 시청 건은 7만5000여 건입니다. 발행건은 하이차트로 환자교육 애니메이션을 발행한 건수를 뜻하고, 시청건은 말 그대로 발행된 애니메이션을 환자·보호자가 시청한 건수입니다.
가입병원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차병원, 강동성심병원 등 10개 대형병원과 7개 유명 클리닉이 하이차트를 이용 중이고요. 이들은 애니메이션 1200여 편이 탑재된 하이차트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추진 중입니다. 현재 존스홉킨스 병원 의료진들과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환자교육에 대한 효용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봄부터 미국 주요 의학회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홍보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 올해 매출 목표치가 있나요?
▲지금은 매출 목표를 보여주기 보다는 미국 시장 사용자를 확대해야 하는 시점인데요. 그래서 추가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다만, 8억~10억원 정도를 올해 매출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요?
▲크게 두 가지 상품이 있는데요. 하나는 프리미엄 멤버십 서비스인 하이차트이고 다른 하나는 모바일 앱 버전인 헬스브리즈입니다.
하이차트의 경우 A라는 병원이 월 회비를 내면 요청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주는 방식인데요. A병원이 만든 애니메이션을 다른 병원이 활용할 수 있어서 가격이 10분의 1 이하로 저렴합니다. 입원 안내, 퇴원 교육 등 범용성이 있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이 방식을 쓰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겁니다.
헬스브리즈는 월회비 기반이 아니고 의료진이 광고를 보는 조건으로 무료로 쓰는 서비스입니다. 의료기기나 의약품 등 병원은 물론 의료진이 이용할 수 있는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의료 관련 광고에서 다른 광고로 확장할 수도 있겠죠.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에서요.
다만, 의사그룹이나 학회 등이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마치 출판사를 통해 책을 출판하는 것 처럼 비용을 받지 않고 만들어 드립니다. 특히 이들과는 광고 수익을 나누는데요. 학회는 인세(Royalty)를 받습니다. 대신에 저희는 학회 같은 곳에 부스를 차리고 저희 서비스를 홍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거나 홈페이지에 배너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 합니다.
아울러 저희 서비스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환자에게 보내면 일종의 계약 당시 제공된 사이버 머니가 차감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병원도 시간이 비용입니다.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면 반복적인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므로 이익이라고 판단될 경우 쓰면 됩니다.
미국에서는 병원에서 만든 의료 정보 책자 같은 걸 환자들에게 파는데요. 저희는 이런 부분에서도 수익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특허도 있겠군요.
▲전자차트에 '설명처방 모듈'을 결합시키는 국내 특허를 등록했고요. 이와 관련 미국 특허도 진행 중입니다. 환자·보호자가 설정한 비밀번호로 문자메시지에 담긴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내용의 국내 특허도 등록됐습니다. 앱으로 처방하는 방식에 대한 국내 특허도 진행 중입니다.
-미국 진출은 어떻게 추진하게 된거죠?
▲2013년 가을에 국내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존스홈킨스대 보건대학원 전희순 교수님과 박은미교수님을 만나게 만났는데요, 이분들은 미국 지역사회와 병원 내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의료정보를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분들이셨습니다.
참고로 흔히 발생하는 암의 종류는 인종에 따라 다른데요, 미국 의사들은 아시아인에게 흔히 발생하는 암의 종류와 이에 대한 조기검진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많은 아시아인들이 암으로 사망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두분 교수님은 다른 인종의 환자가 자신에게 맞는 검진 패턴을 의사에게 설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려고 하던 중 저희를 만났습니다.
이분들이 기존에 브로셔 형식으로 만든 교육자료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수 있냐고 묻길래 당연히 만들어드린다고 했고요.
그걸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헬스브리즈라는 앱이고요. 거기에 메신저 기능도 추가하게 된 겁니다. 미국에선 환자와 의사가 문자메시지를 자주 주고받는다는군요.
-미국 시장 규모를 추산하고 있나요?
▲10억달러(1조1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희 사업 모델로 미국에서 만들 수 있는 목표치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미국 시장에는 '헬스와이즈'와 '에코'라는 경쟁자가 있습니다. 헬스와이즈는 전자 차트를 통해 주로 텍스트 형태의 의료정보 컨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에코는 애니메이션으로 된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안과와 이비인후과 영역에 국한되어 있고 의료진이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서비스입니다.
저희와 같은 애니메이션 서비스는 미국에서는 만들어지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애니메이션 기술이 높지만, 제작 단가가 미국보다 어마어마 낮기 때문입니다. 물론 애니메이션과 의료정보를 결합하는 일은 제작단가가 싸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기술력이 있어야 하죠. 한국 의료진은 미국식 서양의학을 배웠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만든 콘텐츠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서비스하기 유리합니다. 애플 아이폰을 폭스콘에서 만드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서 수출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봅니다.
- 한계점이나 어려운 점은 없나요?
▲ 국내 벤처캐피탈(VC) 가운데 헬스케어를 잘 아는 곳이 많이 없다는 게 어려운 점입니다. 국내에서는 대형 병원과 협업을 성공시키면서 사업 모델을 입증했지만, 미국 시장에 가려면 추가 투자를 유치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VC를 만나면 "미국가서 할 수 있겠어요? 6년동안 매출이 왜 그래요? 니즈가 있어요? 애니메이션보다는 의사가 직접 설명하는 게 낫지 않나요?" 이런 질문을 받게 됩니다. 대화가 빙빙 도는거죠. 현재 의료 정보 애니메이션을 1200편가량 보유하고 있으나, 이를 자산으로 평가해주지 않고요. 아무튼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등생이 있는데요. 집이 가난해서 유학을 못갑니다. 성공할 수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한계를 돌파할 수 있을까요?
▲투트랙 전략이 있습니다. 하나는 그냥 허리띠 졸라매고 미국에 가서 현지 의사를 직접 만나서 기회를 잡는 겁니다. 헝그리 플랜입니다. 레퍼런스가 쌓이면 현지 투자 유치도 가능할 겁니다. '서모'라는 미국 의사 커뮤니티도 우리 돈으로 150억원 정도 펀딩을 받았는데요. 저희와 비슷한 규모일 때였으니까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두번째는 국내 VC에서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겁니다. 현재 진행 중입니다.
◇그림만으로 구성된 의료 정보를 이해하려면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진=뉴스토마토)
◇전문가들은 헬스웨이브를 어떻게 평가할까?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 : 현장에서 필요가 충분히 있고, 의료진들의 불필요한 반복 설명이나 환자를 이해를 높이는데 매우 유용한 콘텐트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이 활용될 때마다 과금하는 방식 등으로 매우 흥미로운 수익 모델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몇가지 조언을 하자면, 현재 애니메이션 영상이 실버라이트 기반인데, HTML5 기반에서 어느 브라우저나 환경에서 문제없이 구동되는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회사 웹사이트가 매우 어수선하고 수준이 낮아 보입니다. 해외 진출을 추진하신다면 제대로 된 웹사이트로 정비하시는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영문 사이트가 대부분 이미지로 되어 있는데, 이는 검색을 통해 새로운 고객의 진입이나 관심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면대면으로 사업을 추진하시면서도 해외에서 문의나 접촉이 들어올 수 있는 채널을 갖춰놓으시기 바랍니다. 소셜미디어의 활용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 정희두 대표의 스토리가 흥미롭습니다. 하루 아침에 이런 서비스가 나온 것이 아니고 본인이 의사로서 10여년간의 연구와 고민끝에 나온 열정의 산물이라는 점이 신뢰감을 줍니다. 다만 헬스웨이브가 헬스케어쪽의 기술기업이라기보다는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장기적인 성공의 길로 가려면 헬스케어플랫폼이 되거나 기존 플랫폼에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의 가치를 쌓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비디오를 환자에게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헬스케어에서 어떤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관련 종사자들에게 편익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관련규제가 많은 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것보다 해외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특히 의료시장이 크기도 하지만 복잡한 미국시장은 실제로 가서 부딪혀봐야 알 수 있고 현지 필요에 맞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헬스케어관련전시회에도 참가하시고 관련업계인들을 만나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헬스케어분야를 잘 아는 적절한 투자자나 파트너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 굉장히 흥미로운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의사와 환자 사이에 존재하는 니즈이지만 의료 관계자가 아니면 알아보기 힘들 수도 있는 부분을 캐치해내고 이걸 빠르게 디지털화했다는 점에서 팀의 문제 파악 및 해결 능력에 대해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헬스케어 분야의 서비스들이 기기나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에 관심을 가질 뿐, 실제 환자나 의사들의 입장에서 느껴질 수 있는 진짜 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해져있는 일종의 B2B 사업모델이라는 점에서는 해외 진출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제품을 고도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팀 내에 글로벌 DNA가 심어져있어야 하고,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비전과 제품을 가지고 유능한 해외 사업이 가능한 인재를 끌어당길 수 있느냐 없느냐가 승패를 가를 요인이 될 것으로 봅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 주요 약력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미디어서비스 사업팀 인터넷그룹장(1994년-1999년)
-오피니티 에이피 대표이사(2005년~2008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2009년~2011년)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2011년~)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주요 약력
-조선일보 기자(1995년~1999년)
-다음커뮤니케이션 글로벌부문장(2008년~2009년)
-라이코스 CEO(2009년~2012년)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2013년~)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주요 약력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2009년)
-스톤브릿지캐피탈 수석 심사역(2011년)
-KBS 황금의펜타곤 심사위원(2013년)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2012년~)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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