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력단절 '열악한 근로조건'이 원인..정책 재검토 필요
朴 "육아·출산으로 경력 단절..시간제 일자리 확대"
2015-03-31 18:11:02 2015-03-31 18:11:02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여성들의 경력단절이 출산과 육아가 아닌 '근로조건 열악' 등이 결정적이라는 통계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정부의 여성 재취업 정책 방향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여성이 직장을 그만둔 후 일을 다시 시작하지 못하는 원인이 '출산·육아'에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월 여성가족부 보고에서 박 대통령은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겪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생각을 반영해 정부의 여성 재취업 정책은 출산·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임시직 확대에 집중됐다. 대표적인 예가 고용과 근로시간을 유연화 시킨다는 '시간제 일자리' 정책이다.
 
'시간제 일자리'가 비정규직만 양산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박 대통령은 '시간제 일자리' 대신 '시간 선택제 일자리'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또 "차별받지 않고 자기가 선택해 일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적 지원에 집중해 여성들이 경력단절의 고통을 겪지않고 아기를 키우면서도 일과 행복하게 양립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력단절 여성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출산·육아'가 아니었다.
 
'서울시 비 취업 여성 일 경험과 정책수요조사 결과' 조사에 따르면 여성 퇴사 이유 중 '결혼·임신·출산'인 경우는 13.7%에 불과했다. '육아·자녀교육·가족간호'도 12.3%에 그쳤다.
 
4명 중 1명 정도만이 '결혼·육아'로 경력이 단절 된 셈이다. 반면 근로조건 열악·계약만료·경영악화 등으로 회사를 그만뒀다는 응답은 54.1%였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재취업에서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도 '임금·수입'(42%)이었다. '적성'(19.4%), '고용안정성'(12.6%)이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노동시간', '여가시간'은 각각 9.1%였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좋은 일자리에 필요한 요건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안정적으로 일 할 수 있는 고용보장(70.7%)'이었다. 이어 '적정 수준의 임금 보장(68.9%)', '사회보장(64.8%)' 등을 꼽는 사람도 많았다.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는 이런 기준에 못 미친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시간제 일자리의 현황과 입법·정책적 개선 방안' 정책보고서는 정규직 근로자나 기간제 근로자와 비교했을 때 시간제 일자리 임금은 상당히 낮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는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정부는 매년 시간제 일자리를 18만6000개씩 늘려 박 대통령 임기말 고용률 70%를 달성할 계획이었지만, 연 평균 10만3000개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숙진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는 "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이유는 흔히 결혼이나 임신·출산, 육아부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조사결과 근로조건과 직장환경, 계약만료 등의 문제가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며 하반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8일 107주년 세계여성의 날 맞이 민주노총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여성 노동자 차별ㆍ착취 강화 정책에 맞서 시간제 일자리 정책 중단, 최저임금 대폭인상 및 생활임금 보장, 일터에서의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 중단 등을 요구했다.ⓒNews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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