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재정개혁 '칼'을 꺼내들었다. 내년도 예산을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엄격하게 짜는 것은 물론, 보조금 일몰제 적용 등 예산이 새는 곳을 샅샅이 찾아내 불필요한 지출을 '대수술'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 같은 재정 대수술은 만성적인 세수 부족과 해가 거듭될수록 늘어가는 복지 등의 수요 때문이다. 나라곳간에 들어오는 돈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나갈 돈은 계속 늘고 있어 근본적인 재정개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7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확정한 '2016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보면,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중점을 둔 것은 불필요한 예산 누수의 차단이다.
따라서 기재부는 내년 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원점 재검토하는 한편, 최근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해외자원개발'과 '장기계속 연구·개발(R&D)', '재정지원 일자리' 등과 같이 성과가 미흡하거나 관행화된 예산 사업에는 철저하게 칼을 댈 계획이다.
또 보조금의 부정·부정적 수급을 근절하고, 600개 유사·중복 사업 통폐합도 조기에 완료하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이와 함께 국회가 재량껏 쓸 수 있는 약 10조원 규모의 예산에 대해서도 재정 지출을 동반하는 제도에 대해서는 '페이고(Pay-Go) 원칙'을 적용해 과감히 대수술할 예정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시는 재정이 눈먼 돈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철저하게 개혁하겠다"며 "성과가 미흡하거나 관행화된 예산 사업을 과감히 폐지하고, 대폭 삭감하는 등 구조 조정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강도 높은 재정개혁 외침은 만성적인 세수 부족에 기인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은 205조5000억원으로 당초 계획했던 예산에 비해 10조9000억원이 부족했다. 이는 사상 최대 세수 결손으로, 지난 2012년 이후 3년 연속 세수 부족 꼬리표를 달았다.
올해도 세수펑크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가 예상하는 경제성장률 목표치 3.8%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올해도 국세 결손액이 10조원 안팎으로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나갈 돈은 계속 늘고 있다. 실제 복지 등의 수요가 늘면서 해마다 복지재정은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나라곳간에 들어올 돈은 줄어들고 있는데, 나갈 돈은 늘고 있으니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선택한 방안은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통해 우선 불필요한 곳의 새는 돈을 막자는 것이다. 만성적인 세수 부족과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현실에서 예산 누수를 차단해 재정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송언석 기재부 예산실장은 "세입은 불확실한데, 세출은 복지 등으로 증대되고 있어 기본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각 항목 중에서 우선 순위나 타당성·필요성을 봐서 재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주문사항"이라고 말했다.
송 예산실장은 이어 "국회나 국민도 그런 요구가 많다고 본다"면서 "재정개혁을 늘 하던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새로운 각오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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