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사회를 그려나가는 그리다 협동조합
협동조합
2015-04-13 16:05:00 2015-04-13 16:45:52
여성인 내가 여성의 권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어렸을 적에는 남편과 똑같이 일을 하고 돌아와서도 가사노동을 오롯이 혼자 부담해야했던 엄마와, 친구 어머니와, 그리고 텔레비전 속 수많은 여성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피곤하게 살게 되는 것일까, 하고 막연하게 두려웠다.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여자는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같아서 24세에 (케이크로 따지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제일 잘 팔리고 (순화하자면, 인기가 많고), 25세를 기점으로 점점 그 가치가 떨어진다”는 우스갯소리를 꽤나 여러 번 들었을 때는 마치 25세 이후의 나는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할 것 같아서 덜컥 겁이 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는 그러한 말을 어느 샌가 내재화 해버린 내 자신과 나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 사람들에 대해 화가 났다.
 
그리고 사회로 나갈 나이가 된 지금은, 여성의 상대적으로 높은 사직률을 문제 삼으면서 그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육아 문제를 해결하려기보다는 오히려 여성 고용을 기피하고 있다는 일부 기업의 현실이 답답하다. 이렇게 나는 일상에서 눈을 떴다.
 
그런데, 권리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기반으로만 성립하는 개념이다. 권리는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타인에 대해 실현된다. 그렇기 때문에, 권리는 우리 일상의 문제이지만 그 주장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정치는 때로 투쟁을 요구하고, 기득권에 반하는 권리일수록 그 투쟁은 좀 더 거칠다, 혹은 거칠다고 기득권적 시각에 의해 프레임화 된다.
 
여성주의 운동이 여태껏 사회에서 받아들여져 온 인상 또한 비슷했다. 그것은 심지어 꽤 많은 수의 여성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나 스스로도 교내에, 혹은 사회에 존재하는 여성주의 운동에 대해 거리감과 때로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모든 여성이 하나의 목적이나 주장만을 공유하는 것도 아니고, 앞서 말했듯 권리의 주장이란 때론 투쟁까지 불사하는 강한 자기옹호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교내의 대자보나 언론에서 마주하는 여성주의 단체의 적극적인 권리 주장에 대해서 반가움이 앞서는 경우가 더 많으나, 내가 아무렇지 않게 일상에서 맞부닥뜨리는 고민들을 털어놓기에는 그 움직임과 조직은 너무나 거대해 보였다.
 
그리다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기까지
 
그리다 협동조합도 비슷한 고민에서 시작했다. 그리다 협동조합은 성평등한 민주사회와 여성의 경제•심리적 자립을 위해 활동하는 협동조합이다. ‘그리다’라는 이름은 ‘함께 꿈을 그려나가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단체를 만든 다섯 명의 이사는 모두 여성민우회 출신으로서, 여성운동 혹은 여성의 권리 주장이라는 것이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과 소득수준을 가진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냐는 주위의 반응을 접할 때면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들은 사람들이 여성 운동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벽이나 선입견을 허물고, 일반의 여성들이 보다 편안하게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다 협동조합 홈페이지(www.wgreeda.com)
 
그 전신은 생기랑 마음달풀 연구소와 위민링크라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2009년에 임기가 끝난 유경희 현 그리다 협동조합 이사장이자 전 여성민우회 대표는, 2년간의 휴식 후 생기랑 마음달풀 연구소를 열었다. 여성이 심리적으로 힘을 얻고 자기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및 상담소였다.
 
‘생기’는 말 그대로 여성들이 생기를 찾아갔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그리고 ‘마음달풀’은 마음을 달달하게 풀어낸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었다. 한편, 그녀와 같이 여성민우회에서 활동했던 후배들은 위민링크라는 예비 사회적 기업을 설립 한 후 ‘지속가능한 커피 빈스달’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던 중이었다. 공정무역 커피의 유통 및 판매를 통해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는 단체였다. 이 두 단체는 2013년, 큰 변화를 도모했다. 
 
“연구소를 운영한 지 2년 정도 되었을 때였어요. 위민링크를 운영하던 후배들로부터 두 조직을 하나로 합치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커피를 판매하는 까페와 교육 및 상담을 하는 연구소가 합쳐지면 여성들을 위한 복합문화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여성들이 마음 편하게 들릴 수 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무엇인가를 얻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다 협동조합 유경희 이사장) 
 
그렇게 그리다 협동조합이 탄생했다. 엄밀히 말하면, 협동조합이자, 예비 사회적 기업이자 마을 기업(지역 공동체의 인적, 물적 자원을 주도적으로 활용해 경제적 소득 및 일자리 창출과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추구하는 마을 단위 기업)이다. 그리다 협동조합은 예비 사회적 기업인 위민링크가 해오던 여성일자리교육 및 공정무역 커피 판매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여성의 임파워먼트(여성 자신의 의식과 능력을 높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으로 역량의 발휘, 의사결정의 참여, 실권의 획득, 지위향상을 목표로 하는 등을 널리 포괄하는 개념)를 모토로 마포구의 마을기업으로 선정 되었다.
 
그리다 협동조합은 크게 세 곳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편하게 와서 잠시 쉬어가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 어슬렁 정거장이 핵심 거점지다. 이곳의 1층은 까페 겸 식당, 2층은 스터디 및 교육을 할 수 있는 장소로 기능한다. 2층에서는 상담도 이루어진다. 한편 도봉구여성센터는 바리스타 교육을 통해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곳이며, 북까페 꿈마루(광진구 소재)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카페이다.
 
1인 여성 가구를 위한 협동조합
 
궁극적으로는 성평등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여성들이 자기 정체성을 찾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그리다 협동조합의 목표이지만, 현재는 1인 여성 가구에 보다 초점을 두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1인 가구 수는 전체 가구 수의 25.8%에 달했으며, 특히 서울시 내 1인 여성 가구는 전체 가구 수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특히 어슬렁 정거장이 위치한 마포구는 서울에서 1인 여성 가구 수가 세 번째로 많다.
 
그리다 협동조합은 1인 여성 가구에 초점을 맞추어, 보다 많은 여성들과 소통하며 여성들의 일상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1인 가구는, 부모-자녀 관계나 한부모 및 비혼부모 가정과 같이 여성민우회가 1990년대 초부터 관심을 가지고 여러 활동을 주도 해온 ‘가족’이라는 주제와도 연관이 깊다. 1인 가구는 고민을 공유하고 당당히 목소리를 내야할, 우리 사회의 여러 가족 형태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게다가, 그리다 협동조합의 설립 멤버들과 조합원의 대다수가 혼자 사는 여성이다. 1인 여성 가구는 별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그들의 삶이었다. 그렇게, 그리다 협동조합은 1인 가구를 위한 협동조합이 되었다.
 
◇어슬렁 정거장의 외?내부. 아늑한 분위기다.(사진=바람아시아)
 
그리다 협동조합이 1인 여성 가구에 초점을 두고 있다 보니, 어슬렁 정거장은 그들의 사랑방과도 같다. 물론, 이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1층은 누구나 자유롭게 올 수 있는 까페 겸 식당으로 노란 벽지와 조명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 끼 배를 넉넉히 채울 수 있는 음식부터 각종 음료와 디저트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국내산 무항생제 고기와 친환경 채소를 쓴다는 이곳의 음식은 건강엔 물론 맛도 좋은데, 무엇보다도 정성이 느껴져 집 밥을 먹는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선 간단하게 술을 즐길 수 있어서, 작년 말엔 단체 및 직장인들의 송년회 장소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2층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며 스터디 공간으로 사용한다. 외부 시민단체나 출판사 등에서 북토크, 혹은 강연회 장소로 대관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슬렁 정거장이 다른 일반 까페 혹은 식당과 특별히 다른 점은, 1인 여성 가구가 서로 의지하고 상호작용하면서도, 무언가를 배워갈 수도 있는 중요한 플랫폼으로서 작용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슬렁 정거장에 놓여 있는 공책을 통해 1인 가구로서의 생활 팁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룸메이트를 구하기도 한다. 여기에선 무작정 외로움을 호소하는 것도 괜찮고, 글자 하나 없이 그림만 그리는 것도 무척이나 환영 받는다. 외국인 손님들도 자신의 언어로 자유로이 글을 남긴다. 남성 손님은 물론이다. 그렇게 서로의 얼굴도 모르는 이들은 위로하고, 공감하고, ‘갑’의 횡포를 부리는 집주인들에 맞서, 문득 찾아오는 외로움에 맞서, 세상살이의 어려움에 맞서 연대한다. 또한 어슬렁 정거장은 1인 여성 가구들을 위한 좀 더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혼자 택배 받는 것이 불편하고 무서운 여성들을 위해 택배를 대신 받아주거나, 보호자가 없는 경우 병원에 동행해주는 일 등이다.
 
◇어슬렁 정거장에 비치된 노트들. 집 계약을 비롯한 생활의 지혜를 나누는 장이다.(사진=바람아시아)
 
◇집 계약과 관련한 팁 하나. 줄자로 실 평수 대략이라도 측정하고 가계약 할 것!(사진=바람아시아)
 
◇구남친이 보고 싶고 연락하고 싶을 때 극복하는 팁. 무릎이 탁, 쳐진다.(사진=바람아시아)
 
◇한 바닥을 가득 채워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다.(사진=바람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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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어슬렁 정거장은 1인 여성 가구들에게 필요한 강좌(조합원의 경우 수업료 20% 할인)를 개설하여 제공한다. 어슬렁 아카데미가 바로 그것인데, 작년에는 주거 문제와 자아성찰, 건강, 그리고 안전 등 1인 여성 가구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여섯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전문 강사를 초청해 강연을 진행했다.
 
기본적으로는 1인 여성 가구를 대상으로 하지만, 소수의 여성이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프로그램 등을 제외하고는 1인 남성 가구도 참여 가능하다. 한편 1인 가구 여성들이 자유롭게 참여해 자신이 가진 재능 등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프로그램도 있다. 작년에는 어슬렁 쉐어링이라는 이름 아래 타로상담이나, 요가, 요리, 인형 만들기, 도자기 페인팅 등 다양한 주제의 강좌가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고, 또 기꺼이 자신의 재능을 다른 사람들과 나눴다.
 
◇어슬렁 아카데미 4월 강좌 소개 (그리다 협동조합 제공)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은 다양해요.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기대치가 높으셨던 분들은 아쉬워하시기도 하죠. 여성운동에 참여한 적이 있거나, 여성 권리에 관심이 많은 분들도 꽤 계시거든요. 어떤 교육이든 만족도는 갈리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마다 기대하는 것이 다르니까요. 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반응들을 서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에요. 어슬렁 정거장이 그런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편한 공간으로서 기능했으면 좋겠어요.”
(유경희) 
 
한편, 그 외에도 그리다 협동조합은 건강이라는 주제로 <1인용 행복>이라는 잡지를 발간했다. 몸이 심하게 아파 입원을 해야 하는데도 병원에 동행 해줄 보호자가 없는 1인 여성 가구들의 공통된 고민과 걱정이 바탕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매스컴이나 상상 속에서 왜곡된 채 존재하는 1인 여성가구에 대한 이미지를 깨고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 1인 여성 가구의 삶을 전달하는 것이 잡지의 가장 큰 목표다. 그들은 하나의 트렌드나 마케팅 대상, 혹은 외롭고 불쌍한 사람들로 타자화 되는 것에서 벗어나,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솔직하게 들려주고자 했다. 책의 말미에는 1인 여성가구들에게 도움이 되는 여러 정보를 실었다.
 
그리다 협동조합의 미래, 그리고 여성주의의 미래를 그리다
 
“잡지가 발간되고 나서 오마이 뉴스에서 취재를 다녀갔어요. 그 이후로 그리다 협동조합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늘었죠. 광주나 순천 등 멀리에서도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의 사례를 보기 위해 올라오세요. 그리다 협동조합도 역사가 그렇게 길진 않지만, 나름대로 저희가 겪은 경험들을 나누면서 마을 기업이나 협동조합의 운영 방향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여성주의 협동조합이 드물다보니, 여성인권, 역량강화 등과 관련된 여러 행사나 간담회에도 자주 초청됩니다.” (유경희)
 
◇탐방을 온 사람들이 마을 기업과 관련해 유경희 이사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그리다 협동조합 제공)
 
운영 초기에 비해 늘어난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반갑고 뿌듯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1인 여성가구에게 필요한 여러 프로그램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하려면 운영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어요. 마을 기업 혹은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수익창출을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그리다 협동조합을 이끌어 가는 데 필요한 자금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해요. 월세를 내는 것도 많이 버거운 상황입니다. 사실, 전국에서 탐방을 오셔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결국에 귀결되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에 관한 문제죠. 앞으로 1인 여성 가구의 수는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리다 협동조합과 같이 그들이 자리 잡을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유경희) 
 
경제적 어려움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인적자원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자금이 부족하니 충분한 수의 활동가를 모집하지 못하고, 그에 따라 효과적인 기획 및 홍보를 진행하기가 어렵다. 홍보 부족으로 조합원 수가 충분히 모이지 않으면,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일도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악순환이다. 
 
“지금 조합원의 대부분은 3,40 대의 여성분들이세요. 70%가 1인 여성 가구이고, 기혼자나 남성분들도 있습니다. 여성운동에 대해 일정 정도의 관심과 이해를 가진 분들이 많죠. 저희의 목표는 보다 많은 일반의 여성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거예요. 젊은 여성분들이 그리다 협동조합에 좀 더 많이 참여하고, 함께 교류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대학생 때는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해보거나 여성운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적죠. 딴 세상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데, 그러려면 충분한 홍보가 필요하고 그를 뒷받침할 충분한 인적•물적 자본이 필요하죠.” (유경희) 
 
이렇게 걱정스러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유경희 이사장은 “아직 평가하기엔 이르다”고 말한다. 그녀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그리다 협동조합을 열심히 운영•홍보하려는 의지를 표했다. 보다 많은 여성들이 조합원으로 모이기를 기대하며, 1인 여성 가구를 중심으로 시작한 그리다 협동조합의 활동 범위를 점차 넓혀나가고자 한다. 그녀 개인적으로는 오, 육십 대 여성들과 소모임을 꾸려서 함께 나이 들어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소망이다.
 
◇평등한 세상을 함께 그리는 그리다 협동조합(사진=바람아시아)
 
“여성주의는 인간주의입니다. ‘페미니스트는 무섭다’ 혹은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 당하고 있다’라는 말이 종종 들리지만, 결국엔 여성주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예요. 여성주의는 ‘남성의 밥그릇을 빼앗겠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 대해 파트너쉽을 가지고 충분히 상대의 목소리를 듣자’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사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별의 문제보다도 권력의 문제입니다. 최근에 발생한 대학교수 성추행 사건도, 여학생들이 교수의 권력에 대항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저지른 것이죠. 우발적인 범행이 아닙니다. 분명, 직업을 가진 여성의 수가 획기적으로 증가했고 각종 고시에 합격한 여성의 수도 늘었습니다. 하지만 임금구조를 살펴보거나, 양육과 관련해 사안 별로 따져보면 여전히 성평등이 자리 잡지 못한 부분이 많지요. 그러한 부분들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고 보다 나은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 여성주의입니다.”
 
 
유경희 이사장이 말했다. 여성주의 혹은 여성운동은 단순히 더 많은 권력을 빼앗겠다는 살기 어린 투쟁이 아니다.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많이 상호작용함으로써 모두에게 보다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자는 움직임이다. 그 시작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여성으로부터다. 같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의지하고 연대함으로써 그들의 목소리도, 그들의 삶도 힘을 얻는다. 그리다 협동조합은 그들을 응원하고, 또 그들의 아지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주은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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