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창사 이래 최대 위기..내우외환에 전전긍긍
2015-04-27 14:12:04 2015-04-27 14:12:11
60여년 역사의 동국제강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전방산업 부진과 저가 수입재 공세로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고경영자인 장세주 회장도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여기에 실적 부진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로 본사 건물마저 매각하게 됐다. 업황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각종 악재가 한꺼번에 몰려드는 형국이다.
 
동국제강(001230)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조685억원, 영업손실 204억원, 당기순손실 292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9.3%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저가 수입재 공세로 판매량이 줄고 수급 불안정 속에 판매가격마저 낮아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고로를 운영하지 않아 철광석 등 국제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비용 절감 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 와중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룹 수장인 장세주 회장이 검찰 수사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올 1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회사인 유니온스틸과 합병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던 동국제강으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합병 이후 꾸준히 진행했던 내부 조직 안정화 작업도 차질을 빚게 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8일 동국제강 본사 등지를 압수수색 하며 공개수사를 시작했다. 이어 검찰은 지난 2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과 상습도박,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위반 혐의로 장 회장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 회장은 동국제강 미국법인 동국인터내셔널(DKI) 등을 통해 실제 가격보다 원자재 단가를 부풀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중 200억 가량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경영난에 처한 계열사 지분을 우량 계열사로 이전시키는 수법으로 회사 자금 100억원을 자신의 일가에 귀속시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도 받고 있다.
 
장 회장의 구속 여부는 27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의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지난 22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소환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News1
 
그룹 오너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에 이어 지난 24일에는 본사를 매각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이날 동국제강은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42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하고 삼성생명과 계약을 체결했다. 서울 을지로 수하동에 위치한 페럼타워는 2010년 동국제강이 1400억원을 들여 지은 사옥으로 지하 6층, 지상 28층 규모의 빌딩이다.
 
장 회장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페럼타워는 아직 팔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산 여력이 있다”며 매각설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실적 부진에 검찰 수사로 대외 신뢰도가 하락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옥 매각이라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상환하고, 현재 브라질에 건설 중인 CSP일관제철소를 계획대로 완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5월 주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한 동국제강은 지난해 약 1500억 규모의 유상증자에 이어 유니온스틸 합병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업황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최근 6개월 사이 신용등급이 두 차례나 하락하는 등 상황이 악화됐다.
 
오너 리스크에 이은 사옥 매각으로 내부 분위기는 극도로 침체된 모습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니온스틸을 합병하고 이제 잘 해보려고 하는 찰나에 이런 일이 발생해 참담한 심정”이라면서도 “장세욱 부회장이 통합법인 CEO로 안정화 작업을 맡고 있어 회장 부재에 따른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24일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42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하고 삼성생명과 계약을 체결했다.ⓒNews1
 
 
최승근 기자(paina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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