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인 인도'란 구호에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경제 정책이 집약돼 있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 제조업의 허브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것이다. 집권 2년 차로 접어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최근 “메이크인 인도는 단순 브랜드나 슬로건이 아닌, 국가의 새로운 움직임이다”라며 세계 기업인들을 상대로 러브콜을 보냈다.
물론 모디 총리는 이에 걸맞는 유인책도 마련해 놨다. 먼저 높기로 유명한 법인세를 5년간 현행 30%에서 25%까지 낮추기로 했다. 여전히 세계 평균치 23.8%나 아시아 평균인 21.9%보다는 높지만, 법인세 부담이 줄어들어 기업에 좋은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의 친기업 정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줄줄이 이어진다. 살펴보면 규제 완화 선물세트로 불러도 될 만큼 규모가 남다르다. 전용화물철도·고속철 부문, 주택건설·쇼핑몰 개발 부문 등 외국인직접투자(FDI) 한도가 100%까지 상향되고, 방위산업과 보험업 분야의 FDI 한도는 26%에서 49%로 늘어날 예정이다.
모디는 또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불과하던 제조업 비중을 25%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필요한 돈은 외부에서 끌어오기로 했다. 인도 정부는 자동차와 항공, 건설, 화학, IT, 제약, 항만, 철도 등 25개 핵심 분야를 정하고 돈을 지원해 줄 외국인 투자자를 모집할 심산이다.
정부 자체적으로도 인프라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올해 인도 예산을 들여다보면 인프라 부문은 전년보다 25%나 증가했다. 철도와 도로, 관계시설 등을 개발하기 위함이다. 노후화된 시설을 현대화하고 필요한 기반 시설을 신축해 성장률을 대폭 끌어 올리겠다는 모디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콘퍼런스에서 '메이크인 인도'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글로벌 기업들 줄줄이 인도행
인도 정부의 규제 완화·투자유치 행보에 인도에 들어가려는 글로벌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폭스바겐은 인도를 자동차 생산 허브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인도를 신흥국과 선진국을 동시에 아우르는 수출의 전초기지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폭스바겐은 현지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만 150억루피(258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투자가 효과를 발휘하면 지난해 6만5000대에 그쳤던 자동차 수출이 올해 7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인도 차칸과 아우랑가바드 공장이 활성화되면 생산량이 곱절 더 늘어 지난해 240만대를 맴돌던 연간 생산 규모가 올해 250만대, 오는 2020년엔 400~450만대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헤시 코두무디 폭스바겐 인도법인 사장은 “정책이 안정화되고 단순화되는 식으로 노동개혁이 진행되면 외국인 투자유입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신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유럽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도 인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에어버스는 인도 아웃소싱을 5년 안에 현재 4억달러 수준에서 50억달러로 증액하기로 하고 인도에 자체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인도 공장에서 민간 항공기와 군용 비행기를 제작해 생산 루트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현지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웃국을 상대로 한 수출도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에어버스는 인도 민간 기업과 손잡고 헬리콥터와 센서, 인공위성을 제작하는 안도 고려하고 있다. 에어버스가 인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사업 전망이 좋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향후 20년 동안 인도에 1291대의 새 항공기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항공편을 이용한 인도 관광은 오는 2025년까지 매년 1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웨덴의 통신 장비 제조사 에릭슨은 한발 앞서 인도의 차칸 공업지대에 1억5000만달러 규모의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제품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이남 지역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 시스코, 소프트뱅크, 혼다, 스즈키, 현대차가 인도 신규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넓은 소비시장 매력에 성장률 전망도 긍정적
넓은 소비시장도 기업인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인도만의 매력이다. 인도의 중산층 규모는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인구를 합친 것보다 많다.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주머니는 두둑해졌는데, 가진 건 없는 이들이 바로 인도인들이다. 3월에 발간된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인도 인구의 30%에 해당하는 중산층 가정의 연평균 소득은 15% 넘게 늘어날 전망이다.
인도 중산층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늘면 소비시장 규모도 자연히 확대되기 마련이다. 또 오는 2025년이면 인도의 인구 수는 14억6800만명으로 늘어 중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1위의 인구 대국이자 최대 소비시장으로 올라선다는 의미다.
잠재 소비층이 살아나고 국가 정책도 기업 친화적이라 경제 성장률 전망도 밝은 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7.5%로 제시하기도 했다. 종전에 설정했던 성장률보다 1.2%포인트나 오른 수치이다. 이 예상이 현실이 되면 인도는 16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의 성장률(6.8%)을 앞지르게 된다. 모디 총리의 경제 정책이 잘만 통한다면 연내 중국을 넘어서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대다수다.
그러나 장기 성장세를 구가하려면 몇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인도 루피화 강세를 누그러뜨려야 하는데, 루피가 계속 강세를 띠면 수출 기업들이 번번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유로화 대비 강세 현상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유로·루피 환율은 20%나 하락했다. 정치 부패 척결이란 과제도 여전히 인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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