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슈퍼스타트업)루팍스, 금융계 '타오바오'를 꿈꾼다
중국 최대 P2P대출 업체에서 종합 인터넷 금융 기업으로
2015-05-25 09:00:00 2015-05-25 09:00:00
언제부턴가 '핀테크'라는 말이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만남이 무궁무진한 사업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 기존 금융업계 고유 영역에도 새로운 시도들이 줄을 잇고 있다.
 
P2P금융도 핀테크 열풍과 함께 주목을 받는 서비스 중 하나다. 개인과 개인간의 금융을 의미하는 P2P금융은 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직접 대출을 해주는 형태다. 돈을 빌리는 사람은 은행이나 제2금융권보다 낮은 이자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기존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 3대 P2P금융 기업으로 주목
 
P2P금융의 시작은 2005년 영국에서 설립된 조파(ZOPA)다. 대출자와 출자자 양쪽으로부터 수수료만 취하고 별도의 이자는 받지 않는 조파는 매년 200만파운드의 투자 금액을 유치하고 있다. 이탈리아, 미국, 일본 등지에도 지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이후 P2P금융은 미국, 독일,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도 성행하게 됐는데 중국의 경우 4월 말 기준 1819개 업체가 등록돼 있다. 한 달 사이 143개 업체가 생겨났는데, 50여개에 불과했던 3년 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2007년 6월 설립된 중국 내 최초 P2P금융업체 '파이파이다이(拍拍貸)', P2P와 O2O 서비스를 결합한 형태인 '런런다이(人人貸)', 인터넷금융 영역으로 진입을 선언한 '홍링촹터우(紅嶺創投)'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보다 늦게 등장했지만 세계 3대 P2P금융 업체로 꼽히며 중국 금융업계의 '타오바오'를 꿈꾸는 기업이 있다. 바로 핑안보험그룹 산하의 루팍스(Lufax, Lujiazui International Financial Asset Exchange)다. 루팍스는 2011년 9월 상하이시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업고 등장했다. 핑안보험그룹이 최초 자본금 8억3700만위안 중 일부를 투자해 최대 주주가 됐다.
 
◇루팍스는 세계 3대 P2P금융기업으로 향후 중국 금융계의 타오바오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사진=루팍스 홈페이지 캡쳐)
 
22일 현재 943만명의 등록 사용자를 보유 중인 루팍스는 자산 가치가 96억달러로 평가되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10억달러 이상 슈퍼스타트업 리스트 10위에 랭크됐다. 아시아 기업으로는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 인도 이커머스 기업 플립카트에 이어 세 번째다. 높은 성장성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도 크다. 지난 3월 종료된 시리즈A 투자에서는 블랙파인사모펀드, CDH인베스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등으로부터 4억8500만달러를 조달했다. 이 영향에 핑안보험의 지분은 74.91%에서 49.99%로 낮아졌다.
 
◇간편한 대출·투자 방식에 폭발적 성장
 
루팍스의 P2P금융은 기본적으로 대출자(채무자)와 출자자(채권자)를 이어주는 중개서비스다. 만 21~55세의 중국(홍콩, 마카오 제외) 국적자라면 누구나 대출을 신청할 수 있고, 만 18세 이상 누구나 출자자가 될 수 있다.
 
대출은 1만위안(약 176만원)에서 최대 30만위안(약 5300만원)까지 가능하며 대출자는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면 된다. 담보회사와 루팍스에 별도의 담보비용과 중개수수료도 지불해야 하지만 현재는 홍보 기간이라 수수료는 면제다. 대출 이자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인민은행이 공시한 대출 기준금리의 140% 수준에서 정해진다. 가장 최근의 대출 기준금리인 연율 5.10%를 적용할 경우 최소 7.14%의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대출 방법도 간단한 편이다. 루팍스 홈페이지에 가입한 후 이름과 휴대폰번호를 남겨 대출 신청 의사를 밝힌다. 그러면 콜센터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오는데 간단한 인터뷰로 대출 적합 여부를 판단한다. 대출자의 신용 평가 등은 핑안보험그룹의 융자보증기관에서 진행하는데, 이 과정이 통과되면 돈은 바로 입금된다. 통상적으로 3~5일 정도가 소요된다.
 
대출원이 되는 투자 자금 조달 방법도 쉽다. 마치 금융 투자 상품에 가입하는 것과 같다. 루팍스 홈페이지에 가입한 후 실명인증과 연결 은행계좌 등록, 투자금 충전, 투자가능 리스트(대출자 명단) 열람 후 선택을 하면 된다. 투자가능 대상들은 원잉-안e(穩剩-安e), 원잉-안예(穩剩-安業) 등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로 나눠지는데, 투자 기간은 최소 2개월에서 최대 36개월, 연간 최소 보장 수익률은 5.8~7.84%로 차이가 있다. 대출과 마찬가지로 현재 거래수수료는 면제다.
 
이 같은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한 루팍스의 지난해 P2P대출 규모는 140억달러다. 전년도의 30억달러에서 5배 가까이 늘었다. 대출 건수는 20만여 건에 이른다. 루팍스는 올해에도 3~5배의 성장을 기대한다. 현재 900만명 수준인 이용자 수도 연내 2000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종합 인터넷금융 플랫폼 될 것"
 
루팍스는 중국 금융업계의 '타오바오'가 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마밍저 핑안보험그룹 회장의 말을 빌리자면, 그동안은 직접 소를 키워 우유를 팔아왔다면 앞으로는 사람들이 소를 키우고 우유를 팔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핑안보험그룹이 보유한 20여 개의 금융 사업 라이센스가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이에 앞서 루팍스는 2000개에 육박하는 P2P금융 업체들이 난립하는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로 질서를 확립할 방침이다. 그레그 깁슨 루팍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몇 년 안에 중국의 P2P금융 기업들은 20개 안팍으로 정리가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근거 없이 비현실적 수익률을 내세우는 불량 업체들이 많아진 것이 문제"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P2P금융 시장의 성패는 얼마나 투명한 거래를 하는지에 달려있고, 루팍스는 핑안보험그룹의 일원으로 안정성을 담보한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가 P2P금융 창업에 최소 자본금 조건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점 역시 루팍스의 계획에 힘을 실어준다.
 
시장이 어느정도 정리되고 나면 P2P금융과 펀드·보험 등의 표준형 금융상품, 자산관리 등 비표준형 금융상품을 한꺼번에 아우를 수 있는 플랫폼을 형성할 계획이다. 다양한 투자 프로그램으로 여러 계층의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인터넷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다만 루팍스는 기업공개(IPO) 가능성은 일축했다. "자금은 모기업인 핑안보험그룹에도 충분하다"며 "현 단계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고 시장에서의 포지셔닝을 공고히 하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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