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으로 2명이 숨지고 3차 감염자가 나타나는 등 ‘메르스 사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사운데, 3일 여야는 한목소리로 정부의 총력대응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보건당국은 국민안전 뿐만 아니라 경제를 위해서라도 수단방법을 총 동원해 메르스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메르스 사태가 더 악화되면 세월호보다 더 크게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당·정·청은 메르스 문제를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이 사태 해결에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특히 “치료 방법과 감염 경로 등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SNS로 확산되고 있다. 국민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정보공개에 대한 대책을 재점검해서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당국은 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환자 발견 이후 발병 지역과 관련 병원에 대해 “국민들의 과도한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며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대거 나돌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오히려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특히 비박(박근혜)계 이재오 의원은 “최근 청와대가 하는 일들을 보면 이 정부가 생각이 있는 정부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며 “첫 번째 사망자가 발생하고 환자는 늘어나는데 청와대는 무엇을 했느냐. 국회법 못 받아들이겠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느냐”면서 메르스 발생 후에도 국회법 개정안 문제로 당청갈등을 빚은 청와대를 질타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메르스 대책 마련을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간사 이명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또한 확산사태 대처를 위한 긴급 당·정·청 회의를 청와대에 제안하기로 뜻을 모았다.
경기 양평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워크샵을 진행 중인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날 오전 메르스 관련 긴급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문제해결을 위해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게 국가의 책무인데 메르스를 해결할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며 “보건복지부는 이미 초기대응실패로 실기했을 뿐 아니라 무능한 대응으로 국민신뢰를 잃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청와대가 직접 컨트롤타워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정부는 범정부적인 대책기구를 구성해야 한다. 지금부터는 위기수준을 주의에서 경고로 격상하고 국가재난수준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또 메르스 발생지역 및 의료기관 등 투명한 정보공개가 시급하다. 국민과 지역주민에게 ‘메르스 피하기’나 행동지침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이종걸 원내대표 역시 “대통령은 국민생명과 안전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라면서 “지금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지키기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는 방역체계의 구멍과 당국의 무능의 책임이 더 크다. 국민적불안, 공포, 분노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세월호 참사 첫날과 같은 상황으로 보고 있다는 국민 의견도 있다. 엄중한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춘진 의원 등 보건복지위원 중심으로 구성한 메르스 대책 TF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 법제사법위원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대책기구로 격상시키고 추미애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지명했다. 또한 사태수습을 위한 초당적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오후 박 대통령이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메르스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의는 정부의 메르스 방역 대응상황과 향후 대책방향, 현재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의 해결 대책 등을 종합점검하기 위한 자리로, 대통령 모두발언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보고, 민간전문가 등의 의견청취 및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된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대전지역에서도 3명의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2일 오후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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