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채권시장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경기 펀더멘털이 부진한데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복병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4월17일 1.69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뒤 상승세(채권 가격 하락)를 이어갔지만, 지난달부터 다시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실제로 지난달 1.969%까지 급등했던 3년물 채권 금리는 이달 들어 연일 기준금리(연 1.75%)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이다. 반면, 10년 이상 장기 영역은 지난주 초반 2.3%를 저점으로 삼고 다시 2.5%대까지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간 스프레드(금리차)는 73bp 수준까지 벌어졌다. 지난 2013년 버냉키 쇼크와 작년 국내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가 높았던 시기의 스프레드와 유사하다.
추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정책 금리에 민감한 단기 채권에 선반영되고 있다는 게 채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오는 11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6~7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수출 증가율 감소 및 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메르스 확산은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더 자극하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금통위 의사록의 비둘기파적 성향 강화, 엔화 약세, 메르스 충격 등으로 한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졌다"며 "변동성과 리스크가 높은 장기물 투자를 피하고 상대적으로 강세가 예상되는 단기물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정준 HMC투자증권 연구원도 "저금리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연내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지만 디플레이션이 가시화되고 있어 6월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며 "예상치 못한 메르스로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 명분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인식이 커지면 추가 단기물 강세가 제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국내 가계 부채까지 증가세에 있어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추가 부양책에 대한 부담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가 있더라도 기조적이 아닌 단발성 이벤트가 될 것"이라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인식이 높다면 국고채 3년 금리가 1.70% 아래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kch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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