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이 공식화됐다는 외신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가장 먼저 현대백화점이 인수의향을 내비쳤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의 인수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매각설 보도 이후 국내 유통업계 중에서는 사실상 현대백화점그룹이 유일하게 긍정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무런 제안도 오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전 참여여부나 구체적인 계획을 언급하기 어려운 입장이지만, 매입 제안이 온다면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대형마트 진출을 위해 지난 1990년대 '현대마트'로 상표등록을 해 놓은 상태다.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설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자 업계는 현대백화점과 외국계 사모펀드가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만약 현대백화점이 홈플러스를 완전체로 인수할 경우 140여개의 대형마트(홈플러스)와 기업형슈퍼마켓(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편의점(365플러스) 등을 거느릴 수 있게 된다. 대형마트 국내 1위 기업인 신세계그룹에 견줄만한 유통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거듭날 수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대형슈퍼와 편의점 등 골목상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사업이 일부 있기 때문에 아직은 매입여부에 대해 조심스런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수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금력이 풍부한 사모펀드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현재 칼라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5~6곳이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지난해 테스코의 중국법인 지분을 매입한 바 있는 중국 최대 유통회사 뱅가드도 인수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업계는 홈플러스의 매입가격은 최소 7조원 이상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이 테스코에 40억 파운드(약 6조55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거절당한 바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을 앞세운 외국계 사모펀드가 인수한 뒤 각 사업별로 분할해 국내 업체에 되파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었다"며 "만약 현대백화점이 홈플러스를 인수한다면 국내 대형 유통공룡이 하나 더 탄생해 신세계와 맡붙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매각 관련 루머가 돌 때마다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농협은 인수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업계 1, 3위인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독과점 문제와 자사 매장과의 인접성, 7조원 이상의 높은 매입자금 등을 이유로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매각 당사자인 홈플러스 측은 매각설 자체를 '루머'로 규정한 상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각설은 투자은행(IB)업계 소식통을 통해 보도된 내용으로 아직 테스코 본사로부터 어떤 확인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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