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회 인하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메르스 사태로 어수선한 가운데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국회 동의절차만 남았다. 새누리당은 동의절차를 밟으려고 하고 있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여야가 대립하고 있지만 국민의 관심은 낮다. 메르스 공포 때문이다. 야당은 반대하고 있지만 황 후보자의 총리 취임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야당과 시민사회가 황 후보자를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황 후보자의 취임은 공안통치를 위한 공안정부의 완성을 의미한다. 이를 일부에서는 공안통치 컨트롤센터라고도 부른다. 황 후보자는 법무부장관 시절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을 처리했고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다. 이번 총리 지명은 통합진보당을 성공적으로 해산한 것에 대한 보상과 격려의 의미가 강하다.
황 후보자가 취임하면 공안통치는 법무부를 넘어 전국가적인 업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리적인 하자도 심각하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황 후보자의 윤리적 하자는 세 가지이다. 첫째는 전관예우이고, 둘째는 자료 미제출이고, 셋째는 사면사건 수임의혹이다. 황 후보자는 전관예우를 누렸다. 그것도 충분하게. 검찰을 그만 둔 황후보자는 로펌에 취직해 16개월에 16억원을 벌었다. 한달에 1억원이다. 일반인의 관념으로 1억원은 월급이 아니다. 1억원은 보통 연봉이라고 부른다. 그것도 일반 직장인이 버는 돈은 아니다. 직장인 중에서도 매우 잘 나가는 인물의 연봉이다. 고급 직장인의 연봉을 매달 받는게 전관예우이다. 전관예우를 받은 자는 총리 등 고위공직자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이런 기준을 만든 사람은 바로 황 후보자의 선배인 안대희 전대법관이다. 안 대법관은 청렴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퇴임후 5개월에 16억원을 벌었다. 국민들의 비판이 집중되었다. 안 대법관은 변호사활동으로 늘어난 재산 11억여원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안 대법관은 총리 후보를 사퇴했다. 불과 1년 전인 2014년 5월의 일이었다.
이 사태는 안 대법관에게는 불행이었다. 하지만 공직자의 윤리기준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이었다. 비상식적인 액수의 전관예우를 받은 자는 총리나 장관 등 고위공직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이 정도의 윤리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안 대법관의 인격도 이 사건에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안 대법관은 전관예우를 받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문제를 직시하고 국민의 비판을 받아들이고 양심의 무게를 받아들여 총리 후보직을 사퇴했다는 점에서는 옳은 판단을 했다.
이렇게 전관예우와 관련한 공직자의 윤리기준은 안 대법관을 희생하고 마련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기준을 검사 출신인 황 후보자가 무시해 버렸다. 만일 핑계가 있다면 유일하게 안 대법관보다 돈을 적게 받았다는 것이리라. 그러나 전관예우로 받은 돈이 적다는 것은 핑계가 될 수 없다. 이 핑계는 마치 돈을 적게 훔친 도둑이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전관예우 자체가 추방되어야 할 비윤리행위이다. 전관예우를 받았다면 그 자체로 부적격 사유가 된다. 전관예우만으로도 황 후보자는 총리로서 부적격이다.
황 후보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황 후보자는 검증을 피하기 위해 청문회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 황 후보자는 청문회 전날까지도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의결자료 총 39건 중 24건, 61.6%에 달하는 자료제출을 거부했다. 여기에는 전관예우 논란검증을 위한 변호사 수임자료, 병역면제 의혹검증을 위한 학교생활기록부, 직무검증을 위한 검사재직시 판공비와 특별업무경비 사용내역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자료 미제출은 청문회를 무력화시켜 본인에 대한 검증을 회피하려는 태도이다.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총리나 고위공직자로서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나아가 자료미제출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이다. 국회와 국민을 섬기는 대상이 아닌 통치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헌법기관과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지켜야 하는 총리로서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만일 자료를 제출할 양심과 용기가 없다면 안 대법관과 같이 사퇴를 해야 한다. 이점에서도 황 후보자에게는 안 대법관과 같은 양심을 찾아볼 수 없다. 윤리적으로 얼마나 둔감한지를 알 수 있다.
여기에 사면사건 수임의혹까지 더하면 황 후보자는 윤리면에서 자격미달이다. 안 대법관 등 지금까지 총리후보직에서 사퇴한 인사들보다 못한 윤리의식을 가지고 있다. 국회는 여야를 떠나 이 점을 중시해야 한다. 총리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스스로 사퇴한 인사들보다 못한 윤리의식을 가진 총리후보자를 검증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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