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은 올 상반기 온라인 쇼핑을 주도한 상품과 트렌드 분석을 통해 'H.E.R.O'(영웅)를 상반기 히트상품 키워드로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장기불황과 국가적 재난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 영웅이 나타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처럼 상반기 온라인 유통시장을 움직인 쇼핑키워드는 '영웅'이었다.
(사진제공=옥션)
H는 Hero(영웅)의 첫글자로 영웅 마케팅을 의미한다.
올 상반기에 상영된 영화 중 가장 큰 흥행작 중 하나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올해 프로야구 흥행을 책임지는 구단은 '한화 이글스', 어린이날에 가장 많이 판매된 어린이 선물은 파워레인져와 또봇 등 로봇이었다. 이들 셋의 공통점은 대중에게 '영웅'으로 소구됐다는 것이다.
어벤져스 흥행에 힘 입어 어벤져스 관련 상품은 의류와 피규어 등을 넘어 휴대폰 외장형 보조 배터리, USB, 마우스 등 다양한 영역의 파생상품으로 선보여지기도 했다. 옥션은 영화 개봉 전 질레트와 협업해 어벤져스 면도기 피규어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펼쳐 행사제품 1만개를 판매하기도 했다. 빙그레 등 식품업체들도 마블 히어로와 연계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영웅은 스포츠에도 등장해, '야신(야구의 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한 한화 이글스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프로야구 개막 후 한달 동안 한화이글스 관련 상품의 전년 대비 판매신장률은 10개 구단 중 1위였다.
E(Exchange rate)는 환율 혜택을 입은 수입품의 인기를 뜻한다.
달러와 엔화 환율 하락세가 지속됨에 따라 수입품 가격이 낮아져 판매도 크게 늘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 상품도 인기였다. 유럽 제품은 독일과 북유럽 등에서 온 생활가전과 주방용품 등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지난 연말 가구업체 이케아의 국내 진출로 유럽산 디자인 가구와 이케아 스타일의 조립식 가구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일본제품은 완구 '요괴워치'를 필두로 '발뮤다 에어엔진 공기청정기'와 DSLR 카메라와 렌즈 등 환율혜택을 본 제품이 인기를 누렸다. 또 나이키 운동화를 수집하는 소비자들은 엔화 약세로 인해 '나이키 재팬' 운동화를 값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맞기도 했다.
R(Reversal)은 트렌드의 필수요소 '반전'을 의미한다.
허니버터칩 같은 복병은 시장에 트렌드를 만들기도 한다. 상반기에 여러 분야에서 반전을 일으킨 복병이 있었다. 중국 샤오미는 휴대폰 외장형 배터리를 흥행시키며 중국제품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었다. 샤오미가 연이어 선보인 스마트 체중계는 5월에만 옥션에서 3500여대가 판매됐고, 공기청정기 '미.에어'는 5월 론칭 당일 하루만에 1250대가 판매됐다.
1인 가구 증가 현상이 시장에 반전을 일으키기도 했다. 로봇청소기와 고급 수입청소기가 대세가 되고 있는 청소기 시장에서 옥션 단독 상품인 '이나프 2in1 핸디청소기'는 올해 상반기에만 1만대 이상 판매됐다.
올해 방송계의 트렌드인 '요리하는 남자'도 시장에 영향을 미쳐 상반기 남성의 홈베이킹가전제품과 주방가점, 식기류 등의 구매는 전년 동기 대비 30~130% 씩 증가했다.
온라인몰 주력 품목에도 반전이 일었다. 생필품과 식품 등 마트상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으며, 6월 메르스의 영향으로 그 비중은 더욱 커졌다.
O(O2O·Online to Offline)는 온라인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뜻한다.
모바일을 포함한 온라인이 쇼핑 채널의 대세가 되면서 오프라인 채널과의 협업이 증가하고 있다. 옥션은 3월에 편의점 GS25와 제휴해 음료, 컵라면, 간편식 등 편의점 인기상품을 e쿠폰으로 최대 60%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열었다. e쿠폰은 음료에서부터 배달음식까지 영역을 넓히며 크게 성장하는 분야다. 편의점 고객은 편의점을 방문해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고르고 모바일로 해당상품 e쿠폰을 구매해 바로 결제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편의점뿐만 아니라 SPA 의류와 화장품, 유아용품 등의 브랜드에서도 온라인몰에 공식 입점해 판매 채널을 확대하는 추세며 최근에는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도 이베이와 MOU를 맺고 온라인 공동마케팅에 뛰어들었다.
박희제 옥션 마케팅실 상무는 "지난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산업계 전반적으로 답보상태에 머물렀으나, 올해 상반기는 얼어붙은 소비를 녹이는 긍정적인 조짐들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초부터 '먹방'이라 불리는 음식 관련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식품과 주방용품의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디"며 "완구 등 키덜트 상품은 구매층이 확대됐고, 환율 강세를 업고 수입상품이 인기를 끄는 등 하반기까지 지속될 수 있는 현상들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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