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판세에 접어든 삼성물산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날 선 공방이 금융투자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반대로 시작된 양측의 공방이 격화되면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무산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는 합병 무산 가능성에 동반 급락했다.
제일모직(028260)과
삼성물산(000830)은 이날 각각 전일 대비 1만3000원(7.14%), 1600원(2.34%) 하락한 16만9000원, 6만6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엘리엇의 반대로 무산 가능성이 크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다음달 삼성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김철범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그룹이 7월17일 열리는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이는 현재 상황에서 삼성 측의 우호 지분이 19.8%인데 비해 7.1%를 소유한 엘리엇 측에 우호적일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은 26.7%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병안이 삼성물산의 가치를 과소 평가해 합병조건이 공정하지 않다는 엘리엇의 주장이 관철된다면 외국인 주주 입장에서는 엘리엇의 주장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삼성 측이 이번 합병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합병이 성사돼도 해외소송까지 갈 가능성이 있고 해외 소송에서 합병 비율을 자산 기준으로 산정하게 된다면 엘리엇의 손해배상 청구액이 2조∼3조원에 달할 수 있는 반면 삼성 측이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10%포인트 늘리는 데 드는 비용은 1조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어느 한쪽의 낙승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공방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앨리엇 측이 처음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상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통해 장기적인 압박으로 승부를 염두에 뒀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은 100% 엘리엇 측의 계산에 따른 것이었다고 본다. 표 대결로는 처음부터 승산이 없었다고 판단하지 않았겠느냐"며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되더라도 ISD를 통한 장기적 압박에 나섰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엘리엇이 문제 삼은 합병 비율 조정시 삼성그룹 총수 일가 지분율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계획상의 합병 비율은 1대 0.35로 이를 적용한 총수 일가 지분율은 30.42%인데, 엘리엇 요구(1대 1.6)대로 조정할 경우 총수 일가의 지분은 14.99%로 떨어진다. 삼성이 순순히 합병 비율 조정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배경이기도 하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