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1일 일본 도쿄를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열고 만찬을 함께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있는 외교부 장관의 일본 방문이 한·일관계 해빙의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외무성 이이쿠라 공관에서 열린 외교장관회담에서는 양국관계는 물론 북한 문제, 국제정세 등이 두루 논의됐다. 또한 위안부 문제와 일본 산업혁명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등 현안도 심도있게 논의됐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있었던 8차례의 양국 국장급 협의를 기초로 외교장관 차원의 해법을 모색했다. 그러나 문제의 성격상 최종 타결은 양국 정상의 결단이 필요한 만큼 이번 회담에서는 세부 내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유산 등록 문제는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일본 정부의 추천에 따라 일본 8개 현에 있는 총 23개 산업 시설의 세계 문화유산 등재를 유네스코에 권고하면서 부상한 쟁점이다. 문제는 나가사키 조선소, 하시마(일명 ‘군함도’) 탄광 등 일제시대 조선인 수만 명이 강제 징용된 현장 7곳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문화유산에 등재될 경우 강제 징용 사실을 명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등재를 결정할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 시작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하는 쟁점이다. 일본 <NHK> 방송은 이날 기시다 외무상이 한국의 주장에 일정한 배려를 할 의향을 표하는 것으로 등재에 대한 한국의 동의를 얻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회담 의제에서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문제도 올랐다. 한국은 2013년 9월 후쿠시마 등 일본의 8개 현에서 생산된 모든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상태를 끝내기 위해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에 따른 양자협의를 요청했다. 한국이 이를 수락해 오는 24일 스위스 제네바 WTO 사무국에서 분쟁해결 절차를 시작한다.
아울러 이번 회담에서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 문제와 정상회담 성사의 중요한 변수가 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 문제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은 22일 아베 총리를 예방한다. 오후에는 주일 한국대사관이 주최하는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한다.
서울에서는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로 열리는 리셉션에 아베 총리의 특사로 파견되는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서울과 도교에서 각각 열리는 리셉션에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1일 일본 도쿄의 외무성 이이쿠라 공관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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