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고지혈증 복합제가 영업 최대 격전지로 떠오를 전망이다. 출사표를 던진 업체만 해도 20개사를 훌쩍 넘는다. 시장성이 높아 경쟁이 유독 가열 양상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사들이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결합한 고지혈증 복합제를 개발 중이다.
이 복합제의 선두두자는 MSD다. MSD는 자사의 대표 고지혈증 치료제 두개를 결합한 '바이토린(심바스타틴+에제티미브)'을 2005년 국내 발매했다. 바이토린은 지난해 IMS데이터 기준 590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약효를 인정받았다.
바이토린이 성공하자 이 조합을 본떠서 만든 복합제가 줄줄이 개발됐다. 특히 심바스타틴(380억원)보다 시장 규모가 큰 로수바스타틴(1300억원)으로 복합제 조합을 업그레이드해 차별화했다.
MSD는 지난 4월 '아토젯'을 출시해 시장을 선점했다. 바이토린과 아토젯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다른 제약사들은 내년 4월까지 출시를 기다려야 한다. 로수바스타틴은 특허가 만료됐지만 에제티미브가 이 시기까지 특허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MSD는 에제티미브의 오리지널 제약사여서 시장 선집입이 가능했다.
국내사는 공동개발과 독자개발로 나뉜다. 네비팜은 녹십자, 대화제약, 보령제약, 삼일제약, 아주약품, 한림제약, 하나제약, 경동제약, 명문제약과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대원제약은 안국약품, 국제약품, 동국제약, 삼천당제약과 손을 잡고 임상을 진행 중이다. 알보젠코리아(구 드림파마)의 공동개발 파트너는 대웅제약, 종근당, SK케미칼, 한독, 제일약품이다.
단독으로 개발하는 업체도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로수젯'으로 허가를 받았다. 신풍제약, 일동제약도 각각 복합제를 개발 중이다.
총 24개사가 경쟁에 뛰어드는 셈이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원인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의 조합에 주목한 것은 시장성에 있다. 두 성분은 고지혈증의 주범인 LDL콜레스테롤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인다. 두 성분을 같이 복용하면 효과가 더 좋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틴에 에제티미브를 병용 처방하면 스타틴 단독치료보다 부작용은 줄이면서 LDL콜레스테롤의 억제 효과가 더 높다"며 "로수바스타틴의 시장 규모도 커서 복합제의 잠재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개의 약물의 한번에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복용편의성도 우수하고 약값도 저렴해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약 개발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복합제는 자본력과 기술력에 있어서 열세인 국내 제약업계에 신약 개발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투여되는 것과 달리 복합제는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선 10~15년 동안 최소 5500억~1조원의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반면 복합제는 3~5년간 최소 20~30억원으로 투자 부담이 적다.
최근 공동개발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요인이다. 특정 제약사가 제품 개발을 주도하고 판권 계약을 맺은 파트너사들이 참여해 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R&D 비용을 절감하고 개발 실패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고지혈증 복합제 시장이 내년에 가장 치열한 영업 격전지가 될 것"이라며 "한꺼번에 제품이 대거 출시되는 만큼 초반 선점이 승부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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