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에 다니는 A(45세)씨는 지난달 서대문구에 있는 면적 105제곱미터 아파트를 구입했다. 전세값이 너무 올라 반월세로 살았는데 월 50만원이 넘는 비용을 내려니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겠다 싶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마침 대출 금리도 낮아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구입 후 드는 부대비용이 만만치 않아 마이너스 통장 대출까지 받아야했다. 월 이자 비용은 이전에 내던 월세와 비슷한 데 앞으로 30년 동안 갚아 나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당장 아이들 교육비가 걱정인데 집을 마련한 것이 잘한 결정인지 후회가 밀려왔다.
내 집 장만했다는 기쁨도 잠시.. 구입 후 비용에 '한숨'
전세난에 떠밀려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면서 주택거래가 활기를 띄고 있다. 그런데 집을 장만한 사람들은 소유했다는 기쁨도 잠시, 취·등록세와 유지보수 비용, 보험, 대출이자 비용 등이 만만치 않아 한 숨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한 달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매매 거래는 총 1만2244건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사상 최대수준이며 1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초저금리 기조에 월세로 전향하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주거 비용 부담이 커진 세입자를 중심으로 주택거래가 활발해진 것이다.
거래가 활발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나 가격은 부담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저렴한 가격에 급매물을 살 수 있었는데 최근 이마저 소진되면서 세입자들이 실소유주가 되고 있다"며 "가격이 함께 오르고 있어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집을 장만할 때 거래 가격뿐만 아니라 이에 수반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음을 고려해 결정해야한다는 의견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낮다는 이유로 집을 장만했다가 비용 부담 때문에 가계 살림이 빠듯해진 나머지 대출상환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조언했다.
5억원 주택계약시 부대비용 1700만~2000만원
구입 시 가장 먼저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세금이다. 취득세는 지난해 정부가 취득세율을 영구인하함에 따라 부담이 줄었다고는 하나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큰 돈이다. 현재 취득 가격 기준으로 6억원 이하 주택은 1%, 6억~9억원은 2%, 9억원 초과 시 3%를 적용한다. 5억원에 구입한 A씨가 내야할 취득세는 500만원이다. 지방 교육세는 매매가의 0.1%(100만원), 농어촌 특별세(200만원)는 0.2% 적용된다. 중개 수수료는 6억원 미만인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에 0.4%의 요율을 적용한다면 200만원이다.
이 밖에 인지세(15만원)와 증지세(9000원), 국민주택 채권 비용도 부담해야한다. 국민주택 채권은 아파트나 주택을 사게 되면 나라에서 정한 채권을 사는 것인데 구입비용은 실거래 가격이 아닌 공동주택 가격에 정한 퍼센트만큼 사면된다. 보통 실제 채권을 사는 것보다 할인을 받는다. 서울특별시와 광역시는 3.1%이며 기타 지역은 2.6%이므로 이에 맞춰 계산 해보면 된다. A씨의 경우 15%의 할인을 적용받아서 156만원을 부담했다. 이로써 A씨가 갖고 있어야 하는 돈은 총 5억1171만9000원이다. 이에 더해 법무사 수수료가 붙는데 부동산에서 소개 해주는 법무사는 서로 수수료를 떼어 가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발품, 손품을 팔아야 한다. 법무사 수수료는 법무사 협회홈페이지에서 실거래 가격이 얼마인지 확인하고 이에 맞춰 계산을 하면 된다.
여기까지는 주택 구입시 들어가는 일시 비용이다. 하지만 주택구매자들이 간과하는 또 다른 비용으로 유지보수와 대출 이자, 보험 등이 있다. 유지보수비용은 전체 리모델링을 하지 않으려면 정기적인 보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 괜찮겠지라는 단계에서 유지보수를 하는 게 향후 총비용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비용은 규모나 환경에 따라 다른데 주택의 경우 10년 동안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이 대략 1000만~20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연 2%금리에 3억원 대출..총이자 1억원 넘어
대출에 따른 이자비용도 고민해야한다. 기준 금리가 사상 최저인 요즘에는 대출 이자 부담이 크게 줄었지만 총 금액이 만만치 않다. A씨가 5억원을 담보로 받은 대출 3억원을 2% 금리로 빌려 30년간 원리금 균등 분할 상환할 경우 총 이자 지급액은 1억5532만원에 달하며 첫 달 이자는 75만원에 달한다. 일본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 요코하나 하루미 라이프플랜 대표는 "매월 상환 금액을 기계적으로 상환하다 보면 무감각해지는데 실제 이자를 따로 떼어놓고 보면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대출 가능한 금액보다 얼마나 갚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대출금리가 낮다는 이유로 충분한 고려없이 빚을 내서 집을 살 경우 하우스푸어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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