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에서 ‘5개 중견국 협의체(믹타·MIKTA)’ 국회의장단을 접견했지만, 정작 모임을 주도한 정의화 국회의장은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믹타’는 지난 2013년 9월 유엔 총회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주도해 만든 국제 모임으로 멕시코(Mexico), 인도네시아(Indonesia), 한국(Korea), 터키(Turkey) 호주(Australia) 등 5개국이 회원국이다. 각 참가국의 영문명 머리글자를 따 모임명칭을 정했다.
G20 회원국 가운데 G7 또는 BRICS에 속하지 않으면서 GDP기준 경제규모 순위가 세계 12~18위를 차지하는 중견 국가들이다. 이 가운데 ‘믹타 국회의장회의’는 믹타 회원국의 입법부들이 주체로 정의화 의장이 창설을 주도해 지난 1일 서울에서 공식 출범했다.
당초 정 의장은 이날 회원국 의장단과 함께 박 대통령 주재 청와대 오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렇지만 청와대가 다른 일정을 이유로 오찬에서 접견으로 형식을 변경했고, 그 과정에서 정 의장이 초청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와 국회의장실에선 ‘외국 국회의장이 대통령을 예방할 때에는 국회의장이 배석하지 않는 게 관례’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번 예방은 각 개별국의 차원이 아닌 ‘믹타’라는 협의체 차원에서 이뤄지는 예방이기에 모임의 간사인 정 의장의 불참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 5월 21일 ‘믹타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각국 장관들이 박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배석했다.
그러한 이유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정국이 이날 예방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즉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재상정 하겠다고 공언하고, 국회법 개정안에도 위헌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정 의장을 향한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가 엉뚱한 외교 분야로까지 불똥을 튀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초 오찬은 확정된 일정이 아니었다. 대통령의 다른 일정 때문에 1시간이 넘는 오찬을 소화할 수 없어서 일정 자체가 빠졌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런데 협의 과정에서 접견하는 자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국회의) 요청이 있어서 접견으로 대체된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해외 국회의장단 오찬마저 취소시킨 대통령의 중요한 일정은 뭔가’라는 질문에는 “대통령의 일정은 유동적이고 항상 다양한 업무들이 경합을 한다”면서 공개가 어렵다고 답했다.
정의화 의장도 “대통령께서 바쁘시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5 믹타 국회의장회의 개회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꾸 (청와대와) 싸움 붙이려고 그러지 말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렇지만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원래 정 의장도 함께하는 오찬이 예정돼 있었지만 2~3일 전 갑자기 일정문제로 못한다고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고, 그 과정에서 이름이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 의장 측에서 안 간다고 한 것은 아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한편 박 대통령은 믹타 해외의장단과의 청와대 접견에서 ‘믹타 국회의장 회의’의 개최를 축하하고 회원국 간 협력 확대를 위한 각국 의회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접견에는 미겔 바르보사 멕시코 상원의장과 이르만 구스만 인도네시아 상원의장, 스티븐 패리 호주 상원의장이 참석했다. 현재 국회의장이 공석인 터키는 불참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정의화 국회의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믹타'(MIKTA) 국회의장 회의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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