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 북한과 중국 사이의 경제 협력이 다방면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 경제에 필요한 ‘밖으로부터의 공급’을 중국과 러시아가 뒷받침하면서 김정은 체제의 안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일성-스탈린 시대 이후 50여년 만에 최고의 관계’로 평가되는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 협력에서 최근 관심을 모은 분야는 북한이 가장 목말라 하는 전력이다. 영국의 풍력발전 전문 월간지 <윈드파워>는 지난달 29일 러시아 극동지역의 최대 전력회사인 라오극동에너지가 이르면 2016년부터 북·러 접경지역에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회사의 알렉스 카프룬 전략투자부문 부사장은 러시아 프리모르예 지역 2곳과 북한 나선시 2곳에 총 용량 40MW의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산되는 전력은 모두 북한에 공급될 예정이다.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전력이 정기적으로 공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나라는 지난 4월 ‘북·러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력 정부 공동위원회’ 제7차 회의에서 풍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등 향후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러시아는 북한에 화력발전소를 짓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 <스푸트니크>의 지난달 26일 보도에 따르면, 라오극동에너지는 나선시에 우선 350MW의 전기를 수출하는 체계를 갖춘 후 마지막 단계로 나선시에 화력발전소를 건설해 모두 2~3GW의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그간 북·러 경협에서는 옛 소련이 북한에 제공한 부채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채무탕감협정을 통해 그 문제를 털어버리면서 전방위적인 경협으로 나아가고 있다. 작년 6월에는 양국 간 무역대금을 달러가 아닌 러시아 루블화로 결제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같은 경협은 정부 고위 인사들의 교차 방문을 통해 정치적으로 뒷받침된다. 최근에는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지난달 22일부터 5일간 모스크바를 방문해 경제·사법·군사 협력 등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과 중국 사이는 정치적으로는 냉랭한 분위기이지만 경제 협력만큼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일 중국이 북한 나진항을 이용한 컨테이너 화물 수송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훈춘시 정부는 중국 화물선이 지난달 24일 훈춘에서 컨테이너 38개를 싣고 나진항을 거쳐 27일 상하이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달 11일 이 경로를 처음 이용해 42개의 컨테이너를 옮긴 바 있다. 훈춘시는 “나진항과 상하이를 잇는 컨테이너 화물 노선이 정식으로 개통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은 이 항로를 이용해 동북지역의 광석·곡물·목재 등을 동남부 공업지역으로 운송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북·중 접경지역 관광개발구 2곳에 대한 중국 자본의 투자도 구체적으로 진척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 지린성과 연변조선족자치주는 지난달 29일 “올해 초부터 북한의 무봉국제관광특구 개발에 발맞춰 북한 측에 공동사업을 제안해 공동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변조선족자치구 허룽시는 올 하반기부터 무봉관광특구 관광을 시작하고, 지린성 남부의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의 중국명)과도 연계해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연변자치주 투먼시의 경우 북한의 ‘온성섬 관광개발구’에 투자해 공동개발에 나섰다.
지난달 북·중 접경지대를 다녀온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과 중국이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기싸움을 하고 있지만 경제 협력에서는 경색된 부분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했다”며 “과거 장성택이 주도했던 압록강변 황금평 경제특구는 장성택 숙청으로 보류된 상태지만, 그밖에 중국의 대북 투자와 인적·물적 교류는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북·러 경제협력은 정치적으로 탄탄한 뒷받침을 받고 있다.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오른쪽 앞쪽에서 세번째)이 지난달 23일 러시아 연방회의(상원)에서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의장(왼쪽 가운데 여성)과 회담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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