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간접고용, 차별이 본질인가
2015-07-22 14:13:33 2015-07-22 14:13:33
공사장 잡부로 일하다 발바닥에 못이 박혔던 일이 있다. 인부들이 달려와 급한 대로 소독을 해준 후 일이 끝날 때까지 안 보이는 곳에 숨어있으라고 했다. 치료비도 못 받을뿐더러 일찍 작업장을 뜨면 시급만 깎일 것이라는 이유였다. 인력소개소라는 중개인만 존재했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고용주는 없었다. 노동자로서 권리는 없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공사판에서나 만연하던 간접고용이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정확한 통계는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 수는 9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노동계에서는 200만명이라는 수치를 제시하기도 한다.
 
간접고용을 '애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은 인천국제공항공사다. 인천공항은 직원의 90%를 간접고용으로 충당하고, 무기계약으로 전환해야 하는 2년이 도래하기 전에 용역업체만 교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바뀐 업체와 새로 근로계약을 맺고 업무를 이어간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직’이 돼버려 무기계약 전환과 노동조합 설립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가장 큰 걸림돌은 용역업체도, 원청업체도 아닌 고용노동부다. 고영선 차관은 지난달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업무의 운영·위탁 여부는 고용이 아닌 경영상의 판단이므로 간접고용 금지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개입할 명분을 가진 부처가 고용부뿐인 점을 고려하면 간접고용을 사실상 용인하겠다는 뜻이다.
 
간접고용은 지난 2007년 제정된 비정규직보호법의 부산물이다. 고용기간 2년 초과시 의무적으로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게 되면서 기업들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파견·용역계약이라는 편법을 활용한 결과다. 이렇게 절약된 돈은 우리나라 3년치 예산에 맞먹는 사내유보금으로 쌓였다.
 
하지만 고용부는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고용안정과 차별해소만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는 간접고용을 정상적인 고용 형태로 인정하고,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를 통해 타협점을 찾으려는 듯하다. 문제의 본질은 간접고용 자체지 그로 인한 차별이 아닌데 말이다. 결과적으로는 기업들만 웃게 생겼다. 이쯤 되면 고용노동부라는 이름에서 ‘노동’이라는 글자를 빼도 되지 않을까 싶다.
 
정경부 김지영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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