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회적으로 부동산 규제를 다시 강화한데는 부동산 경기 호조세를 유지하기 위해 규제완화를 풀수록 거시경제 충격이 크다는 위협에서다.
1년 연장된 부동산 규제완화로 상향된 대출 한도만큼 돈을 더 빌려 쓰는 가계가 급증하자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비율을 수정하지 않고도 대출 억제 효과를 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다시 1년 연장된 LTV·DTI 비율을 낮추는 데는 물리적으로 어려웠다"며 "간접적인 부동산 규제 강화로 가계부채 총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 완화된 부동산 규제와 연 1.5%까지 떨어진 초저금리로 가계부채가 폭증했고, 개인들이 빚을 내 집을 사면서 부동산 경기가 나아졌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주택매매량은 60만건을 돌파하며 2006년 통계집계 이래 최초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가 늘어난 이면에는 전세난으로 가계 주택 임대비용이 상승하자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매매 전환 현상이 빠르게 증가한 영향이 크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8월에 적용된 LTV 상한규제 완화를 내년 7월까지 연장했다. 과거 담보의 소재지와 대출기관별로 차등적인 LTV 50~70%가 적용됐지만 작년 8월부터는 일률적으로 70%가 새로이 적용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LTV 상한규제 완화는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한편 가계대출을 증가시켰다.
예를 들어 LTV규제 상한이 60%에서 70%로 확대될 경우 주택가격은 0.8% 상승한다. 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2.5%가 늘어난다. 작년 기준으로 약 37조원에 해당하는 수치다.
실제로 올 상반기 주택담보대출은 32조7000억원이나 늘어 가계대출 증가량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늘어난 가계빚과 맞먹는 수준이다.
한은의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8월 이후 주택담보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LTV 60%~70% 구간 은행담보대출이 이전보다 67.3% 증가했다. 반면 LTV 50%~60% 이하 구간은 14.5% 감소했다.
이는 LTV가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일원화되면서 상향된 대출 한도만큼 돈을 더 빌려 다른 빚을 갚는데 쓰거나 ,30~40대 가구들이 높은 전세값을 감당하지 못해 신규로 규제 한도에 가깝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새로 구매한 사례가 늘어난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전문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비율 상한이 높은 경제일수록 주택수요 충격에 대한 거시경제의 단기적 변동성이 확대된다고 말한다.
송인호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부동산 규제완화 이후 저금리 기조가 가계대출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은데 공식 통계로 집계되지 않는 전세보증금 규모를 파악하고, 전세보증금을 감안한 실효적인 LTV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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