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위법소득, 추징금 내면 납세의무 없어"
2015-07-24 06:00:00 2015-07-24 06:00:00
위법소득으로 세금을 부과받았더라도 추징금을 냈다면 납세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김신)는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이모(65)씨가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되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뇌물로 받은 8800만원은 수령 당시에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했다고 하더라도 이후 추징과 같은 위법소득에 내재돼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해 소득이 실현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당초 성립했던 납세의무가 그 전제를 잃게 되었으므로 당초에 위법소득에 관한 납세의무가 성립했던 적이 있음을 이유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씨가 확정된 형사판결에 따라 추징금 8800만원을 납부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뇌물수수란 범죄행위에 대한 부가적인 형벌로서 추징이 가해진 결과에 불과해 원귀속자에 대한 환원조치와 같이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는 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득세의 과세대상인 위법소득과 추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잠실동22번지아파트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으로, 지난 2008년 7월7월 재건축상가 일반분양분을 우선 매수하려는 기모씨로부터 5000만원을, 재건축아파트 관리업체선정 대가로 정모씨로부터 3800만원을 받는 등 총 8800만원의 뇌물을 수수했다.
 
해당 사건으로 이씨는 2010년 12월23일 상고심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고, 남양주세무서는 이후 2012년 9월1일 이씨에 대해 2008년 귀속 종합소득세 약 4200만원을 결정해 고지했다.
 
이에 이씨는 2011년 2월16일 뇌물 수수액 8800만원을 추징당했고, 앞서 기씨로부터 받은 5000만원을 2009년 9월11일 모두 반환했다며 남양주세무서에 종합소특세 부과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사건 판결의 확정에 따라 8800만원을 국가에 납부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는 이씨의 뇌물 수수행위가 형사적으로 처벌대상이 되는 범죄행위가 됨에 따라 그 범죄행위에 대한 부가적인 형벌로써 추징이 가해진 결과에 불과한 것일 뿐이고, 추징금 납부를 뇌물의 원귀속자에 대한 환원조치와 동일시할 수 없는 이상 추징금 납부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종합소득세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대법원. 사진/대법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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