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택임대시장의 '전세→월세'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저성장 기조 속 투자기회를 상실한 공급자가 전세 놓기를 기피하고, 장기적으로 매매가가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는 수요자는 주택 구입을 기피하는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올해 2분기 전국 전세 값은 오르고, 월세 값은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올해 2분기 부동산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11만6387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3.7% 감소했다. 그런데 이를 전세와 월세로 각각 나눠 보면, 이 기간 전세 거래량은 4~5월 각각 전년동기대비 0.2%, 7.8% 감소한 반면월세는 각각 16.3%, 3.2% 증가했다.
전체 임대시장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수도권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올해 2분기 전세가 상승 폭과 월세가 하락 폭 모두가 수도권이 비수도권에 더 컸던 것이다. 전세 상승률의 경우, 수도권은 5.7%, 비수도권이 4%를 기록했고, 월세 하락율은 수도권 -1.2%, 비수도권 -0.2%로 조사됐다.
월세가 하락세는 수도권에서도 특히 서울 강북과 경기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이 지역 월세는 올해 2분기 각각 1.3%, 1.7% 하락해, 수도권 전체 월세가 하락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세가가 상승하는 속도 및 폭은 월세가가 하락하는 속도 보다 빨랐다.
올해 2분기 전세가 하락 폭은 직전 분기와 비교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각각 1.4%P, 0.5%P씩 더 커진 반면 월세가 하락 폭은 0.6%P, 0.2%P 줄어 들었다. KDI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공급자의 전세에서 월세 전환이 증가함에 따라 월세가격이 하락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 결과 전국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전분기 보다 0.9%포인트 더 올라 71.9%를 기록했다. 특히 올 2분기들어서는 수도권의 이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70%를 넘어, 70.9%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라 그간 크게 벌어지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 비율 격차는 2%대로 크게 좁혀졌다. 이는 수도권 주택매매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비수도권 수준으로 점차 낮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KDI는 이같은 양상이 전세공급물량 감소와 저금리 등으로 인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KDI가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벌인 주택시장 서베이 결과, 전체 응답자 중 81.1%가 올 하반기에 전세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 데 따른 것이다. 응답자들은 이에 대한 원인으로 전세공급물량의 감소(51.5%), 저금리(24.5%) 등을 꼽았다. 일반국민 가운데서도 69.4%가 하반기 주택임대시장 가격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KDI 관계자는 "일반국민들의 경우 특히 서울과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전세가가 대폭 상승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자료/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