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연이은 위안화 평가절하가 가뜩이나 휘청대고 있는 국내증시에 직격탄을 날렸다. 원·달러 환율 급등 속에 코스피·코스닥지수가 동반 하락하며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1.18포인트(0.56%) 내린 1975.47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15.06포인트(2.06%) 하락한 717.20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장중 1940선까지 밀렸고, 코스닥도 한때 4%대 급락세를 보이며 7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6.3306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날 고시환율(6.2298위안)보다 위안화 가치가 1.62% 하락한 수준이다.
중국의 연이은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 속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1.7원 오른 1190.8원으로 마감하면서 4년여만에 1190원대로 올라섰다. 이같은 원화 급등속에 외국인의 매도세가 확대되며 증시는 하락세를 연출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994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주가 변화에 따른 시세차익뿐만 아니라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익에도 민감한데, 위안화의 갑작스런 평가 절하는 원화 약세를 더욱 촉진시키는 변수”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환차손 우려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이은 위안화 평가 절하에 화장품과 면세점, 여행 등 중국 인바운드 소비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이날 한국콜마홀딩스(-11.01%), LG생활건강(-3.26%), 한국화장품(-7.87%) 등은 하락세로 마감했다. 박정우 연구원은 “화장품의 경우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논란도 겪고 있어 조정 압력에 가장 빨리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위안화 약세의 수혜주로 거론된 현대차(5.04%)와 기아차(5.36%) 등 자동차주는 동반 상승했다.
대체로 전문가들은 위안화 약세가 단기적으로 한국경제와 증시에 커다란 부담으로 자리하며,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더불어 신흥국 주식시장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평가절하는 한국 수출에 있어 가격경쟁력 약화와 중국 소비시장의 구매력 약화를 의미한다”며 “내우외환의 복합 경기부진이 장기화되는 한국 매크로 환경을 고려했을 경우, 엔저와 함께 위안화 약세가 가중되는 환경은 너무도 가혹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경쟁은 보다 치열해지고, 한국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수입수요는 감소할 수 있는 것”이라며 “위안화 약세가 자칫 중국 내 글로벌 자금 이탈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연결될 경우, 그 파장은 국내 증시에도 고스란히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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