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법인세와 소득세 등이 늘어난 영향으로 세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더 걷혔지만, 재정적자 규모는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대폭 조기집행한 영향이 컸다. 특히 상반기 재정적자 규모가 이미 사상 최대치를 넘어섬에 따라 하반기 재정운용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가 20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올 1~6월 누계 관리재정수지는 43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5월 누계치보다 17조5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통합재정수지는 지난해보다 4000억원 줄어든 23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사학연금·고용보험기금·산업재해기금 등 4대 기금을 제외한 것으로, 나라 살림살이를 파악할 수 있다.
올 상반기 재정적자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적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09년 43조2000억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상반기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 조기집행을 늘렸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등 재정의 경기대응 역할 강화로 6월 말까지 재정수지 적자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국세수입 실적은 나아졌다. 올 1~6월 국세수입은 106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2000억원 증가했다. 세금이 걷히는 속도를 의미하는 세수진도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포인트 상승한 49.4%를 기록했다.
국세수입이 호조를 보인 것은 지난해에 비해 법인세와 소득세가 더 잘 걷혔기 때문이다. 법인세의 경우,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나아지면서 올 상반기 22조5000억원이 걷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조원 증가했다.
소득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조4000억원 많은 30조6000억원이 걷혔다. 이는 성실신고대상자가 늘고, 주택 등 부동산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양도소득세가 더 걷혔기 때문이다.
또 주식시장 호조로 증권거래서가 늘면서 기타 국세수입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원 증가한 14조5000억원이 더 걷혔다. 다만, 소비 위축으로 부가가치세는 지난해보다 1조4000억원 줄어든 2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올 1∼6월 세외수입과 기금수입 등을 합친 총수입은 186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조1000억원 늘었고, 총지출은 210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7000억원 증가했다.
향후 세수 여건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월 세수부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중국·미국 등 대외 악재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 여건은 전년에 비해 개선흐름을 지속하고 있으나, 중국 경제여건 변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하반기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6월 말 현재 중앙정부 채무는 535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조1000억원 늘었다. 다만 전월에 비해서는 2조8000억원 줄었다. 이는 6월은 국고채 상환이 이뤄지는 달로, 국가채무 잔액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 재정수지 추이(누계 기준) 자료=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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