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팔고 9월에 돌아오라'는 월가의 격언이 있다. 그러나 ‘차이나쇼크’로 8월 한 달간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던 글로벌 증시는 9월 역시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 9월 위기설’이라는 단어가 떠돌 정도로 글로벌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관적인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9월 금리 인상 여부와 중국 변수에 따라 글로벌 증시가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진국 증시,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상승 동력 부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커짐에 따라, 9월에도 글로벌 증시를 끌어올릴 재료가 별로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 한 달간 다우지수는 6% 가까이 내리며 5월 고점 대비 9% 넘게 떨어졌다. 유로STOXX50 역시 9% 가까이 빠졌으며 닛케이225지수도 10% 넘게 하락했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의 불안함을 나타내주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는 6년반만에 최고치까지 올랐다. 지난 몇 거래일간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였던 9월 금리 인상론이 급격하게 다시 떠오르면서 9월에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스탠리 피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부의장이 잭슨홀 회의에서 "인플레가 오를때까지 기다리기는 어렵다" 등의 9월 금리 인상 암시 발언을 한 후에 트레이더들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주 초반 22%에서 35%까지 올라갔다.
따라서 예상대로 오는 9월16~17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첫 금리 인상이 발표된다면 미국 증시와 유럽증시, 일본 증시 모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더그 람지 루톨드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뉴욕 증시는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몇번의 단기 랠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조만간 미 증시는 고점 대비 20% 넘게 빠지는 약세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
일본과 유럽 증시 역시 내부에서 강력한 추가 부양책이 발표되지 않는 한 미국 증시 흐름을 따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추가 금융완화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만큼,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 뚜렷한 상승 동력이 없는 상황이다.
유럽 증시 역시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 증가에 그치는 등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강한 부양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금리 인상 소식과 중국발 소식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가이 스티븐 로완달링턴 전략가는 “증시 향방을 알기 위해서는 지금으로서는 9월 금리 인상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 둔화에 신흥국 증시도 전망 ‘암울’
8월 증시 혼란의 주범이었던 중국 증시와 관련해서도 월가 전문가들의 전망은 대체로 어둡다.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지난 6월12일 5166.35포인트까지 치솟았지만 지난주에는 3000선이 붕괴되는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낙관론자들은 중국 정부가 강력한 부양 의지를 나타내는 것을 지적하며 다시 증시가 3000선 아래로까지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주말 리커창 총리 역시 "중국은 지금도 적정 속도의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라며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고 하반기에는 10월쯤 또 한번의 지준율이 인하되는 등 강한 정책들이 나올 수 있다고 낙관론자들은 주장한다.
다만 비관론자들은 경제가 눈에 띄게 둔화되는 현재 상황에서 정부의 부양책만으로 증시를 지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최근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해증시가 고평가되어 있어 버블이 완전히 꺼지려면 아직 멀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파이낸셜타임즈(FT)는 옵션 시장에서 중국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6개월래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토니 추 홍콩RS인베스트먼트 펀드매니저 역시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를 믿지 못하고 있고 결국 당국은 증시에 손을 뗄 수밖에 없으며 이는 증시 조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신흥국 증시 전망은 더욱 어둡다.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증시가 모두 중국 경제의 여파로 급락세를 이어간 가운데, 신흥국 자금 이탈과 통화 가치 하락이 이어지고 있어 미국 금리 인상과 함께 중국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 신흥국 증시들의 주가 부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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