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집권 초기 단행해 온 선(先)매매활성화 후(後)전세안정 방안이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지만 정책기조를 현재도 고수, 주택소유주와 건설사를 부양하기 위해 전세난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국토부가 발표한 대책은 중산층용 임대주택인 뉴스테이(기업형임대주택) 활성화, 노후주택 리모델링을 통한 1인 월셋집 공급 확대, 재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이 골자다. 매입임대 확대가 포함됐지만 전세난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인 물량이다.
이번 대책은 중장기적인 임대주택 공급 확대방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은 월세전환, 전세가격 상승에 대응한 단기대책은 아니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1인가구 증가, 고령층 확대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한 장기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없는 사이 전세값은 역대 최장기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9년 2월 이후 66개월 연속 오름세다. 전세난으로 인해 전세수요의 울며겨자먹기식 매매·청약전환은 가속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올들어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수도권이 3.9% 상승했으며, 지방5대광역시도 4.6%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도권 0.9%, 지방5대광역시 2.1%를 크게 상회한다. 7월까지 매매거래량은 11만여건으로 역대 최고량을 기록하고 있다. 집값 하락으로 지난해 초까지 사회적 문제가 됐던 하우스푸어는 현재 이슈화되지 않고 있다.
또한 올 1~7월 공동주택 분양실적은 25만20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만4983건보다 52.8%나 늘었다. 분양물량은 10만가구 가까이 증가했지만, 2014년 3분기 78.3%였던 초기청약률은 올 2분기 기준 92.2%로 급상승할 정도로 호황이다.
특히 월세시장 안정을 유도한다는 대의로 뉴스테이사업을 도입, 건설사에 신규 사업 기반을 만들어줬다. 대우건설, 한화건설, 금성백조, 반도건설, 대림산업 등의 참여가 확정됐으며, 롯데건설도 동탄2신도시에 사업을 신청했다. 사업참여 기업은 세제, 택지, 기금 등 대대적인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월세 외 전세시장 진정을 위해 내놓은 대책은 사실상 없다"면서 "집주인과 건설사를 부양하기 위해 전세난을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대책없이 전세난이 역대 최고조로 치달으며 매매·분양시장은 호황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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