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주택사업 수주가 뜸해지면서 래미안 매각설에 시달렸던
삼성물산(000830)이 서울 서초동 본사 사옥 인근 재건축 단지 수주전에 나서면서 주택 브랜드 1위 '래미안'의 신화를 다시 써내려갈 채비를 하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23차, 경남아파트, 경남상가, 우정에쉐르1·2차 등은 최근 조합설립변경 총회를 열고 '통합 재건축 조합설립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통합 재건축은 규모가 가장 큰 신반포3차(1140가구) 재건축 사업에 나머지 단지와 상가가 흡수되는 방식이다. 자연스럽게 앞서 신반포3차 시공사로 선정된 삼성물산이 통합 재건축 시공까지 맡게 됐다. 수주액은 9000억원 규모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45층, 20개동 총 2988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이 중 407가구가 일반에 공급된다. 업계에서는 규모와 입지면에서 인근 '래미안 퍼스티지(2444가구)', '아크로 리버파크(1612가구)'를 넘어서는 반포지역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기존에 수주한 정비사업의 규모가 커진 것일 뿐이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그 이상의 의미를 두고 있다. 지난 1일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공식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이 처음으로 수주한 사업인데다가 회사의 주택수주 재개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다.
사실 삼성물산은 근래 주택사업 수주가 뜸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택사업 축소설'에다가 급기야 '래미안 매각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실제로 주택사업 수주실적이 줄어들기도 했다.
삼성물산이 최근 3년간 수주한 사업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우성3차(래미안 서초 에스티지·2012년, 950억원)' ▲경기 과천시 별양동 '과천주공7-2단지(2013년, 1200억원)' ▲부산 동래구 온천동 '온천4구역(2014년, 4500억원)' 등 3건이 전부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 측은 "그동안 시공사로 선정돼 사실상 수주해 둔 주택사업 물량이 13조원이나 됐기 때문에 분양성이나 사업성이 양호한 우량사업을 중심으로 신규 수주에 참여했던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삼성물산은 이번 통합 재건축 수주를 시작으로 다시 적극적으로 주택사업 수주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 인근에 있는 무지개아파트(1074가구), 신동아아파트(1356가구) 등 재건축 사업을 반드시 따내겠다는 방침이다.
삼성물산은 앞서 우성1~3차 재건축 시공권을 따낸 여세를 몰아 무지개와 신동아 등 나머지 '서초동 재건축 5형제' 모두를 수주해 사옥 일대 5000여가구 규모의 '래미안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 회사 내부에서는 무조건 수주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으며 관련 인력도 두 배로 늘렸다는 후문이다.
지난 7월 30일 서울시로부터 사입시행인가를 받은 무지개아파트는 현재 1074가구 규모에서 용적률 299.85%를 적용받아 총 1489가구 규모로 재건축된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이미 우성1~3차를 수주한 삼성물산이 무지개와 신동아를 수주하기 위해 인근 지역에 굉장히 공을 들이고 있다"며 "다른 건설사들이 어떤 조건으로 나올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장기간 서초동에 정성을 쏟아온 삼성물산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서초동 재건축 5형제 가운데 사업 속도가 가장 늦은 신동아의 경우 지난 4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내년부터는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인근 재건축 단지 중 유일하게 임대주택이 없다는 장점이 있어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 주택사업에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에버랜드가 강점을 가진 조경시설이나 레저 상품을 단지 설계 차별화와 마케팅 역량 강화로 활용, 분양률을 높일 것"이라며 "또 식음·의류 분야와 연계해 단지 내 주거·상업·여가공간 복합화를 추진, 상품성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래미안'이 서초구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 나서면서 축소설이 돌던 주택사업부분이 활발하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지는 서초구 신반포3차 등 통합 재건축 단지 조감도. 자료/삼성물산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