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진욱기자] 베트남의 과잉 유동성이 위험 수준이란 경고가 제기됐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가장 눈부신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베트남 경제가 당국의 지난친 유동성 확대로 새로운 위험에 빠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경제에 대한 우려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가 베트남 통화의 신용등급을 기존 'BB'에서 'BB-'로 하향 조정하면서 부각됐다.
피치는 "베트남의 재정 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며 "베트남 정부의 지나친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시스템적 위험에 은행들이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시작된 후 베트남 정부는 시장에 적어도 190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이는 베트남 한해 국내총생산(GDP)에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같은 조치는 베트남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의 핵심으로 베트남중앙은행은 은행들이 국영기업과 수출업자들에 대한 대출을 늘릴 수 있게 이자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이 같은 부양책은 단기간에 효과를 거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트남 경제가 전년 대비 3.3%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1일 베트남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전반기 베트남 경제는 전년 대비 3.9% 성장을 기록했다.
2분기 성장률은 4.5%로 1분기 3.9% 성장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경제 성장 속에 베트남 증시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월 이후 베트남 증시는 86% 상승하며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레 솬 응이아 베트남 금융감독위원회 부의장은 "정부의 부양책은 매우 적절하다"며 "정부의 조치로 은행들이 효과적인 대출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과잉유동성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선 시중의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몰리면서 버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베트남 정부가 위성 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하노이 외곽 지역은 이미 버블을 형성했다는 평가다.
현지에서 부동산 브로커로 활동하고 있는 느구엔 티 후엔은 "작년 이맘때 한 달에 2, 3건에 불과하던 거래가 현재는 10건 이상 발행하고 있다"며 "개발이 시작된 2007년 이후 시장 거래 가격이 6배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어 부동산 같이 비교적 안전 자산에 대한투자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베트남 정부가 지나친 성장우선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베트남 정부는 중앙은행이 4%의 이자를 대신 지불하는 경기부양책을 2년 연장했다.
국영기업과 수출업자들에 대한 은행들의 공격적인 대출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베트남 정부의 한 자문 위원은 "베트남은 미국의 소비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06년과 2007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미국은 결코 당시와 같은 낭비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은 결국 심각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란 르 크한 푸르덴셜 자산운용 베트남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최근 몇 달간의 반짝 실적을 성공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며 "베트남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과잉 유동성이 촉발할 잠재적 문제들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은행(WB)도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WB는 "베트남 정부의 과도한 대출 확대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과도한 유동성 공급을 자제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끌 건전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급증하는 대출로 인한 은행권의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베트남 은행권의 채무불이행률은 2.6%로 치솟았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가 부실 자산 산출 시, 국제 기준에 따르고 있지 않아 실제 부실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피치는 지난해 말 기준 베트남 은행권 대출의 13% 가량을 부실 채무로 보고 있다
뉴스토마토 정진욱 기자 jjwinw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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